15일 한화생명 시작으로 보험사 주총 줄이어
코로나19 불안에 기존 수장 재신임 속속 확정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올해 보험업계의 주총은 변화보다 안정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 금융권의 화두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기조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5일 한화생명을 시작으로 생명보험사들의 정기 주총이 시작된다. 이어 같은 달 18일 삼성생명, 26일 교보생명 등 생보 빅3의 주총이 연달아 개최된다. 그리고 30일 NH농협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동양생명을 끝으로 생보업계 주총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손해보험사들 중에서는 KB손보가 18일 주총의 스타트를 알리고, 바로 다음날인 19일에 삼성화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26일에는 현대해상과 DB손보,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의 주총이 일제히 개최된다. 그리고 31일 NH농협손해보험을 마지막으로 손보업계 주총은 매듭을 짓게 된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며 주총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주주들에게 비대면으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전자투표 참여를 미리부터 독려하고 있다.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주요 CEO들의 잇따른 연임이다. 가장 먼저 주총을 여는 한화생명은 이미 한 달여 전 여승주 사장의 연임을 결정해 둔 상태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의 실적을 눈에 띄게 회복시키며 연임에 종지부를 찍은 모습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12억원으로 전년(587억원) 대비 311.0%(1825억원) 급증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이번 달 24일 주총을 통해 변재상 사장을 재선임한다. 변 사장은 변액보험에 집중하는 영업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1조4296억원으로, 같은 기간 생보업계 전체(2조7306억원) 실적의 50.5%를 홀로 차지했다.
손해보험사들 가운데 삼성화재도 주총에서 최영무 사장의 연임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 사장도 이전보다 나아진 회사 성적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573억원으로 전년(6456억원) 대비 17.3%(1117억원) 늘었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다섯 번째 연임을 확정지으며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처음 사장으로 임명된 후 10년이 넘도록 DB손보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도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을 전년(3823억원) 대비 47.5%(1814억원) 늘어난 5637억원까지 확대하며 다시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도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강화 청사진을 구축하고 관련 시장을 주도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318억원으로 전년(3013억원) 대비 43.3%(1305억원)나 늘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들이 앞으로의 임기 동안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화됐다고는 하지만, 보험사들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되고 교통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보험사들은 실적에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며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연착륙 과정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