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는 빨간펜 선생님, 이광철 비서관이 민정수석 되는 것”
이른바 인사패싱 논란으로 적극적인 사의 의사를 표명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예상을 깨고 잔류한 배경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만류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은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이로 윤 총장이 사의 파문 기간에 신 수석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윤 총장을 그저 ‘반문 전사’ 프레임에 가둔 것은 언론의 편협한 시각”이라며 “사실 윤 총장은 친문도 반문도 아닌 검찰주의자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반문 전사 시각에서만 보면 신현수 수석이 물러나고 청와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을 반기겠지만 검찰주의자 입장에서는 검찰 입장을 잘 대변해줄 사람이 대통령 옆에 계속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특히 “신 수석의 사의표명 배경에는 검찰 후배들 보기 부끄럽다는 측면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며 “윤 총장 등 검찰 후배들이 간곡하게 잡았을 때 잔류할 명분은 배가됐을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 수석도 문재인의 남자라기보다는 검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중대범죄수사청을 저지하지 못하면 윤석열 총장은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데, 현재 수사청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딱 한 사람, 문재인 대통령뿐인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신현수 수석이 남아주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청 신설이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취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윤석열 총장과 가까운 A부장검사는 “지금 대다수 검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세 가지다. 수사청 설치와 함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각각 차기 검찰총장과 차기 민정수석이 되는 것이다. 특히 ‘빨간펜 선생님’으로 불리며 온갖 인사전횡을 일삼고 있는 이광철 비서관이 민정수석이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비서관의 독단과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 출신의 신현수 수석은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까지로 특별한 사유와 명분이 없는 한 윤 총장은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도 강성 친문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오는 6월 중에 수사청법을 통과시키려는 몇몇 여당 의원들의 뜻이 관철된다면 잔여 임기에 상관없이 윤 총장은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수사팀장들이 유임됨에 따라 윤 총장의 남은 임기 동안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B부장검사는 “윤 총장은 두 사건을 최대한 지원할 것으로 본다”면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