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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이냐 오너 신뢰냐"…금호석화 주총 표심은?


입력 2021.02.23 10:46 수정 2021.03.03 11: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박철완 측 '고배당' 어필…박 회장 '신뢰 경영' 강조

양측 주총 전 우호세력 확보에 총력…국민연금 선택 관건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금호석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간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 표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박 상무는 고배당 안건을 지렛대 삼아 금호석화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회장은 그간의 '신뢰 경영'을 강조하되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또 다른 주주친화정책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전날 박 상무 측이 우선주 배당률 착오를 수정한 주주 제안을 수령했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측의 요구에 따라 주주명부를 전달키로 했다.


주주명부엔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 정보와 보유 주식 수 등이 담겨있다. 소액주주 파악이 가능해 박 상무가 박 회장의 우호세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결권을 사전 확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번 금호석화 오너가 갈등은 박 상무 측이 주총을 앞두고 고배당 및 이사진 교체 등을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박 상무는 이달 초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배당 제안을 놓고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금호석화는 박철완 측이 주주제안으로 내건 고배당 안건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금호석화 정관·부칙 등에 따르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여기서 박 상무 측이 우선주 배당금을 보통주보다 100원(2%) 더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상무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KL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박철완 상무의 현금 배당 확대 주주 제안은 주총 안건 상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우선주 배당금은 보통주 배당금에 연동하는 것이므로 주주 제안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 측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자 금호석화도 반박에 나섰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 측은 회사가 우선주 내용을 정관과 등기부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법 개정 과정을 간과한 주장"이라며 "회사는 개정법에 맞춰 정관과 등기부를 정리했고, 개정 정관 부칙(사업보고서에 첨부)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적법하게 발행되고 유효하게 유통되는 우선주의 발행 조건에 위반해 더 많은 우선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수정 제안을 바탕으로 최종 안건 상정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철완 '고배당' 적극 어필…박 회장도 주주친화정책 내세울 듯


이번 제안이 금호석화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면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와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 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 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주주 잡기' 대결에서 박 상무 측은 기존 보다 7개 늘어난 고배당 안건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펀드와 기관 투자가들은 이번 분쟁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배당금도 대거 챙길 수 있으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이 박 상무의 편에 설 경우, 박 상무는 이들의 우호 지분을 지렛대로 금호석화 이사회 입성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자리에 본인을, 사외이사 4인 자리에는 지인들을 추천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그간의 탄탄한 경영 성과와 안전한 재무 환경 등을 강조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금호석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1% 급증했다. 합성고무 부문에선 NB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가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박 회장이 과거 타이어용 합성고무 등에 주력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체질을 변모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박 상무 측이 고배당으로 주주 공략에 나선 만큼 박 회장 측에서도 새로운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회장 측은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다소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 주주들의 결집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표대결은 내달 말 열리게 될 주총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2%다.


업계는 주총 직전까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신경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표심을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이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박 회장을 반대할 명분은 크지 않다"면서도 "박 상무측에서 주주제안을 놓고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예정으로,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다툼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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