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공포물 전성기
'이야기 속으로', '토요미스테리극장' 이후 잠적한 공포 예능
'심야괴담회', 파일럿 시도…긍정적 반응 정규 편성 여부 관심
한반도 지역에 걸쳐 전해지는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바탕으로 한 납량특집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1977년 첫 방송된 이후, 2000년대까지 안방에서 공포물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였다.
MBC 'M'(1994), '거미'(1995), SBS '어느날 갑자기'(1998), '고스트'(1999) 'RNA'(2000) 등은 당시 사랑 받은 대표적인 공포 드라마다. 특히 'M'은 38.6%(닐슨코리아), '전설의 고향 1996'은 27.8%, '거미'는 24.5%, '고스트'는 22.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공포 소재는 MBC '환상여행'(1996), KBS2 '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1997), SBS '토요미스테리극장'(1997), MBC '이야기 속으로'(1999) 등 예능으로도 이어졌다. '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는 스타들의 몰래카메라 느낌으로 깜짝 놀라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고, '토요미스테리 극장', '이야기 속으로'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괴담을 드라마로 각색해 웃음기 하나 없이 오로지 공포감만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IMF로 인한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와 회차를 거듭할수록 불쾌지수를 높이는 수위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며 두 프로그램 모두 1999년에 문을 닫았다. 이후 식상한 비주얼과 발달된 영상 기술로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사라져갔다.
공포 콘텐츠가 바싹 마른 상황에 MBC가 오랜 만에 공포 예능을 출격시키며 상황을 살폈다. 파일럿 예능 '심야괴담회‘는 먹방, 집방,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점령한 방송가의 틈새를 노렸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1회 1.8%에서 2회는 3.7%까지 시청률이 오르며 가능성을 내다봤다.
'심야괴담회'는 방송인 신동엽·김숙·박나래가 MC를 맡고 황제성·허안나·역사학자 심용환·키이스트 출신 박사 곽재식 등이 출연해 시청자들이 투고한 괴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재연이나 영상 장치 없이 출연자들의 입에서 전해지는 괴담만으로 진행됐다. 역사학자 심용환 교수가 출연자들의 괴담에 대한 부연설명 혹은 진위여부 등을 체크해주는 전문가로 등장해 이야기의 괴담에 대한 해설, 비슷한 괴담 등으로 살을 보태는 방식이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줬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로 단순히 출연자들이 괴담을 읽어내려 가는 방식이 여전히 통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다른 장치 없이 스토리텔러에게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심야괴담회'는 과거 드라마 '전설의 고향' '토요미스테리 극장' 등 공포 프로그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현재는 비주류로 각인된 영역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보였다.
한 방송사 PD는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보다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범죄가 더 무서운 시대가 됐다. 또 시청자들이 어두운 이야기보다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르를 선호하게 되면서 공포 콘텐츠 수요가 떨어졌다. 드라마로 재연한다면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 분장이 필수인데,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하는 인력과 비용을 들이는 것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지니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심야괴담회' 정규편성이 된다면 제작하는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소개할 수 있는 괴담 선별 유무, 공포를 최적화해 소개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들의 섭외가 지속가능해야 할 것이다"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