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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자본력 '밑 빠진 독'…사모펀드 '그림자'


입력 2021.01.29 06:00 수정 2021.01.29 11: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유상증자 1년 만에 RBC 비율 손보사 중 최저 추락

눈앞 수익성 급급한 대주주…기초체력 관리는 뒷전

롯데손해보험 지급여력(RBC) 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자본력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 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수혈 받은 지 1년여 만에 다시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자본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롯데손보를 인수하며 새 주인이 된 사모펀드가 투자 수익 회수를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개선에만 급급하면서 기초체력 관리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손보사들의 평균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3.4%로 전년 말(201.4%)보다 12.0%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이 값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사의 재무적 건전성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의미다.


손보사별로 보면 롯데손보의 RBC 비율이 169.4%로 최저를 나타냈다. 당장의 숫자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지점은 눈에 띄는 하락 추이에 있다. 같은 기간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14.3%포인트나 떨어지며, 조사 대상 손보사들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과 흥국화재, NH농협손해보험도 해당 수치도 하강 곡선을 그렸지만, 이들의 RBC 비율은 200% 안팎으로 모두 롯데손보를 상당 폭 웃돌았다.


자본력 관리를 둘러싼 롯데손보의 고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롯데손보는 2019년 말 유상증자를 단행해 375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충했다. 당시 유상증자의 목적 역시 RBC 비율 상향에 맞춰졌다. 이에 힘입어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같은 해 말 183.7%로 3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손보가 RBC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했던 실탄은 불과 1년 만에 모두 소진된 모양새다. 이로써 롯데손보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150% 이상의 RBC 비율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그 대신 롯데손보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수익성 개선이다. 안으로는 영업 조직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고, 밖으로는 고객들에 지급하는 보험금을 최소화해 실적부터 개선하고 보자는 전략이다. 이에 힘입어 롯데손보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으로 전년 동기(345억원) 대비 105.2%(363억원) 급증했다.


롯데손보의 이런 경영 전략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바뀌고 난 뒤부터 본격화했다. 실제로 JKL파트너스로의 인수가 시행된 2019년 말 1685명이었던 롯데손보의 임직원은 이듬해 3분기 말 1242명으로 26.3%(443명)나 줄어든 상태다. 또 지난해 1~3분기 롯데손보가 지급한 보험금은 7553억원으로 1년 전(7571억원)보다 다소(0.2%·18억원) 축소됐다. 액수만 놓고 보면 감소폭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같은 기간 10대 손보사의 전체 지급 보험금이 25조585억원에서 27조556억원으로 8.0%(1조997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비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롯데손보의 경영 방침을 둘러싸고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중장기적인 자본력 확대에 보다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염려의 배경에는 조만간 전 세계 보험사들을 상대로 시행되는 IFRS17가 자리하고 있다. 2023년 예정대로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는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력 관리에 유난히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 경영보다 투자 실적을 기대하고 기업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의 성격 상 최근 롯데손보의 단기 수익성 위주 정책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며 "다만, IFRS17을 앞두고 자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현실은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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