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양극화 심화되는 ETN…지수추종 상품 상폐 확대 조짐


입력 2021.01.28 06:00 수정 2021.01.27 14:2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KB·NH투자證, 지수 추종 ETN 자진 상장폐지 결정…"거래량 부족 원인"

원유·가스ETN 일일 거래량 498만, 41만주…KRX300ETN은 4000주 그쳐

ETN에 대한 투자수요가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와 곱버스 상품에 집중되는 반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자진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등 시장 양극화가 고조되고 있다. ⓒ픽사베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거래량 부족에 허덕이며 자진 상장폐지되는 반면, 원유·천연가스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기초로 한 ETN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인버스 등 리스크가 큰 상품에 자금을 투자하는 현상도 나타나면서 위험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보호와 ETN 시장 다양화를 위해 내놓은 금융당국의 정책이 오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KB증권은 다음 달 26일 지수추종 ETN 상품을 자진 상장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상장폐지가 되는 종목은 'KB KTOP30 ETN', 'KB KQ 우량주30 ETN', 'KB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KB 코스피 마운틴 ETN' 등 4종이다. 조기상환가격이 결정되는 최종거래일은 2월 25일이고, 조기상환금액은 3월 4일에 지급된다.


KB증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의 거래량이 부진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판단 아래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며 "향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른 상품을 상장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ETN을 자진 상장폐지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0월 NH투자증권은 'QV MSCI 선진국 ETN'을 포함한 MSCI 선진국 지수 기반 ETN 4종을 상장폐지했다. ETN을 상장 폐지한다는 건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유입된 투자금을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조기에 돌려준다는 의미다. 장기간 거래가 없어 증권사가 95%이상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ETN 자진 상장폐지 제도가 도입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선물ETN 상품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ETN 지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이 800%가 넘게 치솟았다. 이에 지난해 4월 22일 기준 실제 가치가 81.25원에 불과한 '삼성레버리지WTI ETN'은 2474% 급등한 2085원에 거래됐다. 실제 가치가 61.03원인 'QV레버리지WTI ETN'도 1250원에 매매가를 형성했다.


원유가 촉발한 투기 수요와 레버리지·곱버스 등 ETN의 거래량이 개인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지난해 9월부터 ETN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사가 ETN을 자진 상장폐지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또 기본예탁금을 도입하고, ETN의 액면병합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등 투자자 보호 제도도 신설했다.


1월 26일 종가 기준 상장 ETN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추이 ⓒ한국거래소

시장에서는 지난 2010년 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한 규제가 도입될 당시 상황이 오버랩된다며 시장이 위축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ETN 시장의 원자재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그 동안 금지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허용하는 등 시장 활성화 대책을 함께 내놨다.


증권사들도 당국 대책에 맞춰 다양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하나KRX300 ETN'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수인 아이셀렉트(iSelect) QV 글로벌 EMP TR 지수'를 추종하는 ETN 상품을 새로 선뵈기도 했다.


하지만 ETN을 향한 투자자금은 여전히 원자재 등 위험자산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26일 기준 ETN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은 원자재 레버리지와 곱버스 ETN으로 채워졌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26일 하루 동안에만 498만713주(25억4517만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에도 하루 만에 41만1562주(16억9539만원)의 거래량이 유입됐다. 같은 날 '하나 KRX300 ETN' 거래량이 4000주(4553만원)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아울러 원자재 및 곱버스 관련 ETN에 대한 자진 상장폐지는 아직 결정된 적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 된 상황에서 기초자산을 늘려 ETN을 다양화하겠다는 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유, 천연가스ETN에는 자금이 쏠리는 반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은 자진 상장폐지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만큼 신규 제도 도입으로 외려 지수추종 상품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