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이유로 反정부 집회 원천 봉쇄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지만 1년 넘게 제약
정권 실정 비판 막는 게 목적인가 의구심도
현실적 고려 불가피…"그래도 방역은 준수"
지난해 코로나가 없었다면 정부를 향해 치솟는 불만이 광화문 광장을 통해 폭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작년 조국 사태 당시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은 광화문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을 규탄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듬해 코로나가 확산하자 문재인 정부는 방역을 이유로 광화문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이후 정부의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실패에 따른 자영업자의 한탄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다. 시위·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제약 받는 상황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위·집회를 아예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살인자"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코로나를 퍼뜨려 정권의 붕괴를 노린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감염병 시대의 집회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원천 차단하는 것은 '과잉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방역과 집회의 자유를 조화시킬 방안으로 비대면 드라이브스루 행진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경찰의 강경 대응에 가로 막히는 경우가 잇따랐다. 경찰은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적발될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 및 정지될 수 있으며 차량이 견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진보단체의 집회에는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등은 100인 이상 집회 금지 방침에 따라 99명으로 '쪼개기' 꼼수 집회를 강행했다. 보수단체 집회 때는 경찰버스 500여대를 동원해 차벽을 쌓았는데, 진보단체 집회 때는 별다른 제재가 없어 사실상 방조했다.
또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정도로 방역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내수진작을 겨냥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가 하면 소비쿠폰을 발행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방역은 표면적 이유이고, 정권의 실정 비판을 막는 것이 진짜 이유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야당은 '재인산성'(문재인+산성), '코로나 계엄령' 등의 표현으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무능하고 무식한 자들이 권력에 기생하면서 경제 참사와 굴욕적 대북 종속을 초래했고 이제 그 허울뿐인 본색이 드러나 통치 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직감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기댈 곳이 '문(文)리장성' 밖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체포나 위협의 공포 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헌법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되레 헌법정신을 깔아뭉갠 이번 사태는 민주와 법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집회는 정부·여당에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 고려도 필요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 등 보수단체 인사들이 코로나에 확진되고 이후 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8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오는 3·1절 국민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코로나 확산을 고려한 듯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입장에서 장외 집회는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이지만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보수단체 집회와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위·집회를 통해 드러나는 정부의 실정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겪고 있는 만큼 방역 지침은 어느 정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