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트럼프발 불확실성 고조
친환경에너지 특화로 경쟁력 제고
LNG 터미널, 물류허브 사업 고도화
예산 모니터링으로 재정건전성↑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회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EU 연료표준제나 IMO 2050 무탄소 정책 등 세계적인 탄소 규제 강화로 급진적인 회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물류 선도를 목표로 하는 울산항으로서는 위기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때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변재영 울산항만공사(UPA) 사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제해사기구(IMO) 2050 탄소중립 대응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허브 항만이라는 울산항 강점을 살려 국내 다른 항만은 물론, 세계 주요 항만과의 비교에서도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예전에 구상했던 계획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를 UPA 임직원들과 함께 풀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변 사장은 “올해 울산항은 친환경 에너지 물류허브 도약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소통, 중소·협력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해양조사원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을 거쳐 UPA를 이끌게 된 변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시대 급변하는 해운물류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들어봤다. 더불어 2050 해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 작업과 울산항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계획을
다음은 변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울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취임하신 지 100여 일 정도가 지났다. 다소 늦었지만 취임 소감과, 100일간 UPA를 이끌면서 느낀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11월 말 취임해 업무 파악에 바쁜 2024년을 보냈다. 100일이 지난 지금에야 심적으로 안정된 느낌이다.
UPA는 다른 PA에 비해 인원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지만 탄탄한 조직이라고 느꼈다. 직원들이 노력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사장으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올해 울산항은 친환경에너지 물류허브 도약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소통, 중소·협력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경영을 실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국립해양조사원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 등을 거치셨다. 이번에 맡게 된 UPA 대표는 또 다른 책임감이 있을 것 같다. 과거 공직에 계셨을 때와 지금 어떤 점에서 다른가?
A. 친환경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국내 최대 에너지 항만을 운영하는 UPA 사장으로 취임해 느끼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울산항은 부산, 여수·광양항에 이어 물동량 처리 3위, 액체화물 처리량은 국내 1위 항만이다. 이 때문에 UPA가 추진하는 사업 방향에 따른 사회적 파급력 역시 매우 크다.
항만 물동량 창출은 연관 기업들이 잘되면 자연히 따라온다고 본다. 항만공사 수익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이 잘되도록 공적인 균형을 잘 맞추도록 노력하고 싶다. 특히 항만사업은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울산항은 최근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에너지 특화 항만으로의 성격이 짙어지는 듯하다. 이는 국제해사기구 IMO 탄소중립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데, 올해 구체적인 추진 전략과 어떤 기반 시설을 강화할 예정인가?
A. 친환경에너지 특화 항만이라고 해서 기존 액체화물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탄소 저감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기에 앞으로 꾸준한 수요는 예상한다.
다만 향후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가능 여부가 항만 경쟁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울산항 내 친환경 선박 연료 벙커링 통해 IMO의 2050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 제고할 계획이다.
그래서 울산항은 기본 액체화물 외 LNG, 메탄올,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에너지를 추가 처리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울산항은 다양한 액체화물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친환경에너지 취급 능력치가 다른 국내 항만들보다 우월하다. 2023년 7월 세계 최초로 메탄올 벙커링에 성공했고, 4개월 뒤 정부는 친환경 연료 공급 거점항만으로 울산항을 지정했다.
올해는 친환경에너지 하역·저장 기반 시설 조성과 동남권 친환경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있어 중요한 해로 생각해 기반 시설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상업 운영에 돌입한 에너지허브 1단계 활성화를 위해 1개 선석의 접안능력을 6만t에서 10만t으로 늘린다.
그리고 친환경 선박 연료 종합 공급 거점 기반을 위해 민간 기업과 LNG·암모니아 벙커링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메탄올 벙커링 작업 표준화와 내년 인도 예정인 세계 최초 중형 암모니아연료 선박에 대한 민·관·공 협력 벙커링 실증사업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울산 해상 풍력단지 조성과 남신항 2개 선석 개발에도 본격 착수해 해상 풍력단지 조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Q. 울산항 액체화물 물동량이 지난해 국내 최고를 기록했다. 1억5500만t을 처리하면서 액체물류 중심 항만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액체물류 중심항만’이 갖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
A. 액체화물 처리 국내 1위라는 위상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국내에서 액체화물의 30% 이상이 울산항에서 처리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울산항 배후에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 클러스터가 있어 석유화학 산업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탱크터미널사 상업용 탱크 저장능력 역시 현재 1000만㎘로 전국 항만 중 1위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12.9%인 881억 달러가 울산항을 통해 수출했다. 세계 97개국과 연결돼 연간 처리 물동량 중 88%가 외국과의 교역이다. 울산항 항만산업과 연관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24조원에 달한다.
Q. 취임 초기 ESG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공사의 ESG 경영은 어떻게 추진하나?
A. 올해 UPA 전체 예산 2156억원 가운데 650여억원을 안전과 지역 상생을 위한 투자예산으로 편성했다.
친환경에너지 사업 추진과 항만 대기질 개선을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 45% 감축, 2040년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실현하려 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안전과 예방이 최우선 가치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중소·협력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게 목표다.
투명 경영은 국민이 원하는 질 높은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 책임 경영을 적극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Q.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 해운물류 시장이 요동을 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작용하는 데, 예측하기 힘든 해운물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A.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회기 정책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 영향력은 더욱 확대할 것이다. 친환경에너지 물류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울산항으로서는 미국의 화석연료 회기는 위기일 수 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연료 표준제 시행, IMO의 2050년 해운부문 무탄소 정책 등 세계적인 탄소 규제 강화로 급진적 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이런 위기는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LNG 활용 주기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신항 LNG 터미널 활성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LNG 탱크 2기의 상업 운영 개시로 약 82만t의 물동량 창출했다. 2028년부터는 총 4기의 LNG 탱크를 가동해 연 440만t의 LNG 처리를 목표로 한다.
그린수소 물류허브 사업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국내 수소 수요 가운데 2030년엔 50%, 2050년엔 82%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연계를 통한 기반 시설 구축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Q. 공기업으로서 경영 효율화와 항만 경쟁력 강화는 해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자산 증대와 부채 감소로 재무 건전성이 좋아진 것으로 아는데,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A. 우선 합리적 예산 편성·운용을 통해 효율적으로 공사를 운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산 편성 부분에서 2040 경영전략과 연계 핵심사업 중심 예산을 11월 중 배분할 예정이다. 매달 사업별 예산집행 모니터링을 통해 탄력적인 예산 운영을 하려 한다. 특히 ERP 기능 고도화로 예산집행 단계별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최고 수준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전략적 자금조달을 추진한다. 연도별 핵심 투자 사업을 포함한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수립, 보유 자금을 통한 회사채 상환으로 부채를 줄이려 한다. 이는 중장기 투자계획과 기관 경영 목표에 따른 부채비율 20% 미만 유지를 고려한 내용이다.
아울러 회계 투명성 관리를 위한 재무위험 관리 체계 운영, 내부 회계관리 제도 운영, 신규 투자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Q. 끝으로 UPA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A. 울산항의 미래는 울산항을 관리 운영하는 UPA 임직원이 개척해야 한다.
논어를 보면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일관한다’는 뜻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면 막힘없이 마음이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의미다.
취임 당시 고객과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근무 자세를 가져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UPA는 올해 설립 18년 차다.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작은 몸집이지만 그동안 발전해 온 울산항을 보면 직원들 능력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갖고 모든 임직원이 입사 때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