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고유 권한 사면 두고 여당서 공개적 반발
추미애 사퇴 거부 논란에 "레임덕 시작" 말 나와
탈정치·양정철 美행·유영민 선임 의미 해석 분분
'대통령의 권위 추락'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사면론과 관련한 여당 내 갈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퇴 거부 논란, 탈정치 선언 및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미국행, 정책 전문가 비서실장 선임 등 5가지가 청와대를 끌고 온 주류의 분화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의 입지를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건 국정 지지율이다. 역대 정권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지율 하락은 곧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돼 왔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들어 40% 아래로 떨어졌고,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조사에선 취임 후 최저치인 34%를 기록했고, 대부분 조사의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어 60%대에 육박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층의 균열을 촉발시킨 건,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다. 이 대표가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 하에 사면론을 꺼냈지만, 뜻밖에 여당 의원들과 친문(친문재인)계 강경파가 반발하면서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다. 평소 스타일 상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이 대표가 사면권이라는 고유 권한을 가진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없이 '블랙홀 이슈'를 꺼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는 '대통령의 권위 추락' 해석으로 연결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마음의 통합'을 언급하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리 사면 검토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사면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사면은 없다'라고 못박지 않으면서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여당 일각과 지지층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건, 문 대통령이 직접 사면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거취를 두고 벌어진 논란도 문 대통령의 현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사실 관계를 왜곡 말라"고 했지만, 사퇴 거부 논란이 인 것 자체가 레임덕의 단편적인 예로 분류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레임덕의 시작"이라며 "대통령에 항명하면 영웅 되고 대통령 뜻 받들면 역적 되는 현상이 친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레임덕은 정치적 반대세력의 저항이 아니라 지지세력 내부의 항명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의 탈정치 선언과 관련한 관측이 제기된 것,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미국행, 유영민 비서실장 선임 등도 일각에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정무적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유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선임했다. 그간의 정권과는 다른 행보"라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양 전 원장의 미국행에도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