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배달대행업체들 일제히 요금 인상
각종 할증 요금 등 포함 시 평균 4000원 넘어
거리두기 조치 등 매장 취식 제한에 배달 주문 폭증
배달인력 모집 ‘하늘의 별따기’…전담 직원 고용도 부담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지난달부터 직접 배달에 나서고 있다. 배달 앱 수수료에 배달 비용까지 모두 감당할 경우 가게 운영이 빠듯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씨는 “1만8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아 오롯이 남는 돈이 3000원 남짓에 불과하다”며 “배달 주문이 많다보니 배달앱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게 배달비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접 배달 전선에 뛰어드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국내 배달 음식 시장은 매년 두 배씩 빠르게 증가하며 작년에 1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커졌지만, 이와 비례해 배달비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배달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배달대행업체들은 기본 배달비(1.5㎞)를 200~500원 가량 인상했다. 여기에 눈‧비가 오거나 주말‧공휴일 등 각종 할증 요금이 신설되거나 더해지면서 1건당 평균 배달료가 4000원을 넘어섰다.
고객이 주문한 배달 음식비용이 3만원일 경우 음식값의 10% 남짓이지만, 1만원 이하일 경우엔 음식 가격의 40% 넘는 비용이 배달비용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비용은 보통 고객과 점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배달비가 4000원이면 고객이 2000원, 점주가 2000원을 내는 식이다.
배달 주문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작되면서 폭증하고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의 경우 배달기사를 섭외하지 못해 주문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대행업체들은 기사 모집을 위해 기본 배달비 인상은 물론 각종 할증으로 기사들의 수익을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배달주문은 늘지만 비용 또한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되는 구조다. 더 이상 배달대행업체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윤씨는 “지난달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배달주문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주문은 늘었지만 일하는 것에 비해 내가 가져가는 것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에 홀 장사를 못하다보니 아르바이트 직원도 내보냈다. 지금은 가족들이 틈틈이 가게를 봐주고 내가 배달을 하면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점 업주가 직접 배달에 나선 배경에는 비용 부담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한 몫하고 있다. 저녁이나 주말 등 주문이 몰리는 시간의 경우 보통 1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예상보다 배달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음식이 식어 업소에 불만은 제기하는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때에는 음식을 가지고 불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지금은 늘어난 주문 만큼 배달앱이나 전화로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배달 전담 직원을 고용하기엔 비용이 부담돼 배달업체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늘어나는 주문에 배달대행업체에서도 웃돈을 주며 인력을 모집하는 상황이어서 전담 배달 인력은 더욱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급의 경우 1만3000원 이상으로 올랐고, 월급제로 해도 최소 30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각종 보험료와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포함할 경우 점주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 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배달비용이 늘어난 만큼 일부 점포에서는 이를 음식 가격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감당하고 있는데 이 또한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르다 보니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부분 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개인 음식점은 점주가 정하기 나름”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 가격과 다를 경우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