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화이자 백신 미국, 유럽서 접종 개시
SK바이오사이언스·제넥신 등 국내 기업은 아직 임상 초기 단계
정부 "2021년 하반기까지 백신 임상3상 완료 계획"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국산 백신 개발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이 세계 각국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이 시작됐지만, 백신의 효과나 부작용 등을 지켜보려면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 종식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는 백신 개발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임상을 마치고 접종에 나서고 있는 해외 상황과 달리 국내 백신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내 기업이 끝내 효능이 뛰어나고 안전한 백신을 개발한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기술로 코로나 정복을 노리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늦더라도 완성도 있는, 안전한 백신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NBP2001', 국제백신연구소(IVI)의 'INO-4800', 제넥신의 'GX-19N', 진원생명과학의 'GLS-5310', 셀리드의 'AdCLD-CoV19' 5건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재조합 단백질 백신 'NBP2001'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백신은 단백질 배양과 정제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합성항원백신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9~55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이 완료되는 즉시 안동 백신 공장 L하우스에서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이 백신 후보물질 외에도 지난 5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가적으로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넥신·진원생명과학 등도 임상 진행 중
국내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넥신은 기존에 임상을 진행해온 백신 후보물질을 포기하고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로 다시 임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예방 DNA 백신 후보물질을 기존 'GX-19'에서 'GX-19N'으로 변경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상 및 2a상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해 12월 공시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개선된 백신 제품을 내놓기 위해 후보물질을 바꿔 임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제넥신에 따르면 GX-19N은 변이가 발생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물질적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뉴클레오캡시드'를 타깃으로 한다.
뉴클레오캡시드는 바이러스 내부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바이러스의 DNA나 RNA 등 유전 물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제거하면 바이러스 변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임상 1상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결과 도출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도 지난해 말 각각 고려대 구로병원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진원생명과학의 GLS-5310 1상 임상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최적용량, 접종 간격을 확인한다. 또 2a상 임상시험에서는 건강한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위약대조, 이중 눈가림 방식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의 유효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한 셀리드의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은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면역원성을 확인한다. 2a상에서는 120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안전성·면역원성을 평가하게 된다.
코로나 치료제·백신에 투입되는 예산 여전히 '부족'
국산 코로나 백신은 빨라야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구개발 R&D 예산 27조4000억원과 관련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투입돼 코로나 극복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정확히 얼마가 할당되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연구개발(R&D) 예산 27조4000억원 가운데 올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실제 투입되는 예산은 1528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병 전체 R&D 예산이 4376억원인데, 그 중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R&D 예산이 2236억원이다. 여기서 코로나 R&D 예산이 1528억원인 것이다. 이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투입한 1115억원보다는 413억원 늘어난 수준이지만,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미국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백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20억 달러(2조2000억원)를 투입했고, 모더나 10억 달러(1조1000억원)·노바백스 16억 달러(1조8000억원)·존슨앤존슨 15억 달러(1조7000억원)·아스트라제네카 12억 달러(1조3000억원) 등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하기엔 우리 예산과 현실적인 부분이 차이가 크지만, 정부가 국산 백신 개발 의지가 있다면 지금보다는 지원금액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며 "지원이 적은데도 우리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끝까지 성공하려는 의지가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올 하반기 코로나 백신 개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빠르면 올 연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