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정책 예단 어려운 상황
'대응능력 제고' 노선 취할 가능성
열병식 통해 군사적 존재감 재확인할 듯
'핵군축 협상'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도
북한이 대내외 노선을 확정할 제8차 노동당대회를 1월에 열기로 한 가운데 비핵화 협상 파트너인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으로선 비슷한 시기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기본 전략으로 '대응능력 제고'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발표한 담화문에 "북한의 당면 과제는 '대응능력 제고'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8차 당대회도 같은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해당 담화문에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그러한 위협을 억제하며 그런 속에서 우리 국익과 자주권을 수호할 전망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적인 능력을 공고히 하고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연구위원은 대응능력 제고가 북한이 2000년대 중반 부시 행정부의 '럼즈펠드 국방개혁'에 맞서 취했던 전략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당시 미국의 국방개혁을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능력기반'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맞대응할 수 있는 능력, 즉 '지속적인 핵전력 강화'를 뜻한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차기 당대회를 통해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처럼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협상 의지를 밝히며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핵능력 축소'를 전제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핵군축 협상 가능성 등을 시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무기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소산이자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이며 평화를 위한 것으로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어적 비확산 독트린'을 강조할 수 있다"며 "평화적 환경 조성 차원에서 '핵군축'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핵능력 축소(핵군축) 의지를 내세우며 북한이 협상 재개 조건으로 강조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거듭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7월 김여정 부부장 담화 이후 북미협상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선제적 대미 메시지가 '핵보유국 지위'를 염두에 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협상 복귀 조건으로 어떤 식으로든 현재 모습이 용인되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목적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있는 그대로, 핵 보유 독재국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적대시 정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의 '결정적 입장 변화' 없이는 "자신들의 요구를 굽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미협상이 재개되려면 미국이 "북한을 어느 정도 '정당성 있는 국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배(thug) 김정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며 "8차 당대회에서 대화 노선을 가능케 하는 '힌트'가 있어야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