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이르면 이달부터 사용 가능
GC녹십자 임상2상 결과 발표 목전
대웅제약·종근당 등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박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된 지 일 년이 다 돼 간다. 그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라고 강조해왔지만, 결국 코로나 종식을 이끌어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백신과 치료제 뿐이다. 이미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한 가운데 국산 백신은 빨라야 올 연말에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치료제의 경우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속도전을 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백신 개발만큼이나 국산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역시 아직은 안개 속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이 전세계로 공급될텐데 치료제가 필요한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지만, 바이러스 종식을 위해선 백신과 치료제 모두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선 셀트리온,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내로라하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토종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두주자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항체치료제 CT-P59(성분명 레그단비맙·Regdanvimab)의 글로벌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이달부터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는 통상 40일 이내에 조건부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보다 빠르게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미국, 유럽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미국 FDA 및 유럽 EMA(유럽의약품청)와 이번 임상 결과 데이터를 상세히 공유하면서 승인신청서 제출 관련 협의를 시작했으며, 이달 중 미국과 유럽 국가 대부분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GC녹십자도 현재 진행 중인 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의 중간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원료로 하는 혈장치료제로 60명을 목표로 임상 환자를 모집 중이며, 현재 50여명이 모집됐다. 모집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는 이미 치료 목적으로 의료 현장에 일부 투입되고 있다.
대웅제약·종근당·동화약품 등 약물재창출 방식 개발 박차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새로운 후보물질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앞서나가고 있다면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 제약사들은 기존 약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의 코로나 재창출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동물 전임상시험, 사람 대상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1상을 건너뛰고 곧바로 임상 2상시험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보한 데다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어서다.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현재 코로나 치료제로 쓰이는 미국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대웅제약은 약물재창출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의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면 조건부 허가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호이스타정은 먹는 알약 형태인 경구제로 개발되는 코로나 치료제 중에서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서 있다. 또한 식약처로부터 만성 췌장염 등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아 쓰여온 만큼 안전성은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러시아 임상이 순항 중이다. 해당 임상결과는 이르면 이달 발표될 예정이며, 회사 측은 곧바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나파벨탄의 국내 임상은 계획서 상에는 2023년 완료될 예정이지만, 러시아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 권고를 바탕으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파벨탄은 항응고제·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지난 8월 러시아 보건부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러시아 DSMB는 나파벨탄의 임상 2상 중간평가에서 유용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임상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부광약품의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신풍제약의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 동화약품 천식치료제(DW2008S) 등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기대주 중 하나다.
신풍제약의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를 모았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5월 임상 2상을 승인받고 임상환자 모집에 들어갔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4월 임상 2상을 승인받고 60명 대상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60명 모집을 완료하는 대로 결과를 도출해 식약처와 조건부 승인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11월 DW2008S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대상자 등록 규모는 100명으로 계획돼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임상 대상자 모집 자체가 어렵다보니 임상 진척이 더딘 게 사실"이라면서도 "셀트리온, 녹십자 등은 빠르면 이달 안에 긴급사용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돼 국산 치료제 개발이 거의 다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