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수입차 이미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
"친환경 자동차의 중고차 새 정비시스템도 고려해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 허용을 업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닌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7일 성명을 내고 “중고차 시장은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시장에 대한 불신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 상태 불신, 허위·미끼매물 다수, 낮은 가성비, 판매자 불신, 가격 후려치기 등 정상적 상태가 아니다”면서 “한 연구소에서 경기도 중고차 온라인 매매사이트 31곳의 상품을 조사한 결과 95%가 허위 매물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는 지금껏 비정상적 시장의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후생과 권익을 보장하는 관점을 최우선해 결정할 것을 중기부에 촉구한다”면서 “이 전제 아래 완성차, 중고차매매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진출이 막혔으나 지난 2019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을 해제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차·르노삼성자동차·한국GM·쌍용차)가 중고차 시장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다.
통계청의 10차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의 규모는 2016년 7조9669억원에서 2018년 12조 4217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체도 2016년 5829개에서 2018년 6361개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이면에 매우 불투명하고 낙후된 시장 상황으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어, 더 이상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게 소비자주권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은 “현재 중고차 시장은 중고차를 사거나 팔 때 모두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고 있다”며 “거래 투명성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시장 조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허위·미끼 매물, 성능상태 점검 불일치, 과도한 알선수수료 등 소비자피해사례가 만연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매업자의 중개를 통한 중고차 거래를 당사자 거래로 위장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고 중고차 판매 이후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2차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후 서비스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중고차 매매가 신차 매매의 약 1.3배 이상 많이 거래되고 있으나 중고차 매매 이후 각종 결함으로 인한 AS, 즉 수리 및 교환, 환불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자동차의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차종이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기존 중고차 업계의 능력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소비자주권은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수소차에 대한 국내 정비 네트워크가 미비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제조사의 직접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며 “중고전기차를 유통할 만한 정비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가 신뢰하며 중고전기차를 구매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브랜드와의 형평성 문제도 언급됐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연식 5~6년 내의 인증 중고차를 통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이는 단순히 국내 완성차와의 형평성 위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게 소비자주권의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은 “현재 중고차시장 상황과 미래 자동차 환경을 고려해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중고차 시장 허용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시장독점 등 우려할 만한 상황에 대비한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신차 판매를 위한 중고차 보상프로그램에 따라 출고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한 인증 중고차 형태 판매 ▲특정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독점 방지를 위한 점유율 상한 지정 등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방안 마련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품질·평가·가격 산정 기준 공개 등을 꼽았다.
소비자주권은 “자동차 생산량 세계 4위라는 자동차 강국에 걸맞게 정부, 완성차업계 그리고 중고자동차매매업계가 소비자들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안을 내놓을 것을 바란다”며 “만약 소비자의 권리가 무시되거나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중할 경우 모든 방법을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