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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카드' 먼저 보자"…국민의힘, 공관위 구성 늦춘다


입력 2020.12.05 11:00 수정 2020.12.05 00:0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해 넘겨 연초 공관위 발족 가능성도 배제 못해

여야의 후보군이 아직 뚜렷치 않은 것도 원인

"야당인 우리가 굳이 왜 '선수' 먼저 정하느냐

서두를 이유 없다…그쪽 '카드' 보고 하잔 것"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투톱'과 5선 정진석·서병수, 4선 권성동 등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며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4·7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작업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경선준비위원회에서 '경선 룰'을 제안함에 따라 곧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질 듯 했지만,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4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4·7 재보선 공관위 구성을 위한 당내 논의는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직 국무총리를 공관위원장으로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국민의힘 핵심 당직 의원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 당직자도 "공관위원장은 지금 논의 단계가 아니다"고 뒷받침했다.


오는 8일부터 서울시장·부산시장 등 내년 4·7 재보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인사는 선관위에 등록하고 예비후보로 활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관위를 발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이 나왔지만 "아직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 보류된 뒤, 논의가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당장 공관위 발족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예산안은 처리했지만 아직 정기국회가 개회 중이다. 오는 7~9일에는 상임위와 본회의 일정이 잇따라 잡혀 있으며, 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쟁점을 놓고 여야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사과도 공관위 발족 전에 선결적으로 매듭지어져야할 문제다. 공관위를 발족해 당이 '선거 체제'에 돌입한 뒤에 하면 자칫 '선거용 사과'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관위 발족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중순이 될지,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상황을 봐서 하겠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해를 넘겨 내년초에 공관위가 발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후보 구도도 뚜렷치 않은데 야당의 입장에서 먼저 '카드'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후보군이 보다 명료해져서 공관위의 활동이 관심을 모을 수 있을 때 발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민주당 당사를 나서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질문받자 "오늘은 대답할 수가 없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에 따라 여권 후보군이 당초 유력했던 박 장관 대신 우상호·박주민 의원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후보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졌다.


국민의힘 또한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마선언을 했지만 아직 후보군이 다 밝혀진 게 아니며, 여전히 자천타천의 '잠재적 후보군'으로 남아있는 인사들이 상당하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금태섭 전 의원 등 당밖에도 변수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관위만 서둘러 발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인사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리가 '선수'를 먼저 정하면, 저쪽은 우리 선수의 강점과 약점을 보고 여론조사까지 돌려본 뒤 자기네 선수를 정할 것"이라며 "야당인 우리가 굳이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의 후보가 맹형규 의원이라 예측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가상 양자대결에서 우위에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후보로 확정하자,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시장으로 '카드'를 바꿔 대승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종구 전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출마선언 시기는 늦출수록 좋다"며 "여권이 서울시장 선거전을 조기에 불붙여 불리한 이슈를 덮으려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절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당 지도부에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종구 전 의원은 "그쪽의 '카드'를 보고 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후보 결정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 의원도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데 (공관위를 먼저) 발족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사람들이 보이고 윤곽이 드러나야 발족을 해도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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