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지도부 흔들기다' 일축했지만...
당 중진 중심으로 일각서 '쇄신 필요성' 제기
정기국회 끝난 뒤 논의 본격화할 가능성 높아
'김종인 2기 비상대책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물밑에서 끓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절반을 지났고, 선거도 앞둔 만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쪽과 '때가 아니다'는 쪽이 맞붙으면서다.
30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기 비대위'에 대해 "제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고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비대위는 문제가 있다.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한 반응이다.
유 전 의원은 "어디까지나 힘을 싣자는 것이지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후폭풍이 일고 있는 셈이다.
유 전 의원의 제안에 3선의 조해진 의원, 4선의 김기현 의원 등 당 중진들은 "비대위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힘을 보탰다. 현재 김 위원장을 포함한 당연직인 원내지도부 3인과, 현역 의원 2인, 원외인사 3인 등 9명으로 구성된 비대위에 지도력이 있는 당 중진 등을 추가로 충원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원은 15명까지 둘 수 있게 돼 있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새로운 인선도 검토를 좀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달 9일까지로 예정된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2기 비대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비대위 내부에서는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현재 비대위원을 어떻게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 본인이 비대위에 합류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 '쇄신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2기 비대위'에 대한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다른 한 초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 비대위가 힘이 빠졌다며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버티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였다"며 "'2기 비대위' 제안은 오히려 김종인 위원장에게 새로운 활로를 터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그대로 남을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이라며 "2기 비대위 제안으로 오히려 비대위원장에 힘일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