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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환경 감독 "'이웃사촌'의 판타지는 거리감 없는 사람들의 관계"


입력 2020.11.29 03:08 수정 2020.11.28 21:0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코믹한 오달수 이미지 바꿔주고 싶었다

선입견 있겠지만, 영화에 몰입하면 빠져들 것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백신 같은 영화 되길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이환경 감독이 '이웃사촌'으로 돌아왔다. '7번방의 선물'로 가족애를 강조해 1280만 관객을 기록한 이 감독은 이번에는 '이웃사촌'으로 사람 사이의 소통과 교감에 주력했다.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의 담은 '이웃사촌'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들어졌다. 정치적으로 풀 생각은 없었다. 그의 주특기인 휴머니즘에 정치를 차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고 김 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웃사촌'은 공개도 되기 전에 정치적인 색을 가진 영화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제 영화에서는 휴먼과 코미디, 사람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정치 영화를 했던 감독도 아니고 지금까지 했던 작품의 톤앤 매너와 맞지도 않죠. 정치적인 영향을 더 가미하면 역사나 암투로 인해 관객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아 최대한 힘을 뺐어요. 휴먼과 감동을 버무리기 위해 정치적인 소재를 끌고 온 것 뿐입니다.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해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상관이 없어요"


'7번방의 선물' 흥행 이후 이환경 감독은 중국으로 건너가 영화 공부를 하며 촬영을 할 예정이었지만 사드가 터지는 바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7년 만에 복귀한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때 분석했던 것들이 '이웃사촌'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가장 동양적이고 많은 인구가 있는 곳에서 제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중국에 갔어요. 그들이 써준 시나리오 가지고 촬영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흥행했던 영화를 분석하고 공부를 했어요. 그들은 밝고 해피엔딩인 작품을 좋아하더라고요. 예전에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에서 쓰였던 설정도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고요. 이런 정서를 다시 우리 나라 영화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고민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게 숨바꼭질 장면입니다."


이환경 감독이 말하는 숨바꼭질 장면은 극중 도청팀 동식(김병철), 병철(조현철)이 이의식(오달수) 총재 집에 잠입해 간첩으로 몰릴 수 있도록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한 여수댁(염혜란)으로 인해 고군분투하는 신이다. 가장 공들여서 찍은 장면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배우들의 합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았던 장면입니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했어요. 사실 쓰면서는 유치한게 아닐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배우들은 재미있다고 해주더라고요. 배우들끼리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쌓아가며 10일 동안 연습했어요. 이렇게 좋아해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입니다."


'7번방의 선물'은 예승이가 열기구를 타고 교도소를 빠져나가는 판타지를 보여줬다. '이웃사촌'에서도 판타지는 등장한다. 과거에 가능했던 것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이웃사촌'의 관계가 판타지다.


"이의식이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달라고 부탁을 하잖아요. 그리고 목욕탕 신으로 점프해서 셋이 함께 목욕을 하고요. 요즘에는 이웃에게 아들과 목욕탕을 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없죠.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예전에는 가능했던 것들을 판타지로 가미했어요. 숨바꼭질도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는 주도면밀하게 했을텐데,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이웃집 잠입을 시도하고, 들키지도 않았으니 말이죠."


영화 속 대권과 의식의 한 뼘 거리인 옥상에서 대화, 담벼락 너머로 들리는 웃음소리, 음식을 하면 나눠먹고, 빈 그릇에 또 다른 음식을 채워 반납하는 모습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배경들이 과거를 그립게도 만든다.


"예전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매일 인사하는게 당연해서 '이웃사촌'의 거리감 없는 이웃들 관계가 과연 재미있을까 의심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부분을 또 좋아해주시더라고요."


'7번방의 선물'은 1280만명의 관객을 웃고 울렸지만, '이웃사촌'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개봉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과 고민은 없는지 물었다.


"평생 받을 사랑은 다 받은 것 같아요. 이렇게 7년이 지났고 어떻게 이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고민을 했지, 사랑을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스코어에 대한 부담감은 아무래도 조금 있죠. 손익분기점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오히려 이 시기에 개봉해 더 뿌듯하기도 해요. '이웃사촌'이 코로나19 백신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이웃사촌'의 이의식이란 이름은 이환경 감독의 실제 아버지 이름이다. 이의식 와이프의 이름은 그의 어머니, 아들 예준이는 이름이다. 주변인물들의 느낌을 캐릭터에 투영시켜 친근감을 주고, 영화와 현실의 괴리감은 좁히려 한 의도다.


"뼈대를 세우는 이야기를 고민할 때 캐릭터의 이름도 고민 많이 해요.인물에 대한 첫 인상을 주는 게 이름이고 영화에서 많이 불려져야 하니까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인들의 이름을 많이 가져다 써요. 이의식 총재 가족 이름은 제 진짜 가족 이름이고, 대권이는 어린 시절 친구인데 지금은 세상에 없어요.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 이름을 가져오게 됐어요."


'이웃사촌'은 2018년 성추행 혐의로 논란이 돼 활동을 중단했던 오달수의 3년 만의 복귀작이다. 이를 두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영화 보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에서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본다면 사람 오달수보다 캐릭터 이의식에게 더 빠지게 될 겁니다."


'이웃사촌'에서 오달수는, 지금까지 선보였던 가볍고 코믹스러운 이미지를 잠시 뒤로 하고, 야당총재 역에 맞는 무게감과 진중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을 함께 찍을 때 오달수가 본인 캐릭터가 아님에도 이야기에 빠져 시나리오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는 말에 언젠간 오달수의 다른 이면을 끌어낼 역할을 제안하리라 마음 먹었다.


"'가장 서민적이고 옆집 아저씨 같은 캐릭터를 오달수 씨가 해줬으면 했어요. 제가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을 뒤집는 걸 좋아해요. 오달수 씨의 코믹한 이상을 야당총재 이의식으로 바꿔보고 싶었죠. 이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캐릭터 이면을 꿰뚫어 해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정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의 사이라고 말하며 기대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환경 감독은 오달수에게는 다른 이면을 끌어내고 싶었다면, 정우에게는 대권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길 원했다.


"정우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순수함은 17년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다른 감독님들이 정우에 대한 스펙트럼을 깊게 뽑아내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정우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크린에서 보기 아까울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편집할 때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친구는 연기가 너무 월등해요."


사는 일이 눈물과 웃음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이환경 감독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영화로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웃음과 위로를 주고 싶을 뿐이다.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공감하시는 걸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현재 코로나19로 관객이 많이 없다고 불평하기에는 제가 받은 사랑이 너무 커요. 많이 봐달라고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보시는 분들이 편하게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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