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이달 9057억원 순매도...정유·조선·철강은 5122억원 어치 담아
“내년 에쓰오일 주당배당금 지급 정상화 전망...업황상 포스코 등 유리”
기관 투자자가 연일 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관 자금이 몰리는 종목들도 있어 주가 향방이 주목된다. 기관이 최근 사들이고 있는 정유·조선·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부진 영향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펀더멘털이 차츰 개선되면서 내년에는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7.54포인트(0.29%) 오른 2633.45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964억원, 783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기관은 홀로 279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5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5조198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외국인투자자가 7조3519억원을 순매수하며 기관과 개인의 매도 폭격을 받아냈다.
이러한 기관들의 ‘팔자’ 배경에는 개인들의 펀드 환매 요구에 따른 주식 매각과 연기금의 연말 수익률 확정을 위한 차익 실현이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1조7727억원 순매수였다. 이후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매도 공세를 이어가면서 증시 상단을 제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관이 순매도 행진을 벌이는 와중에 사들이고 있는 업종도 있다. 기관은 지난 2일~26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SK이노베이션(1606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1310억원), 한국조선해양(1258억원), 포스코(1193억원), 에쓰오일(1065억원) 순으로 사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면 정유·조선·철강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형 기업이다.
지난 2일~11일까지의 기준으로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삼성전자(3768억원)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1354억원)와 삼성SDI(1259)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매도세로 방향을 튼 뒤 차익을 실현한 반도체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국제유가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정유와 조선 등을 담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58% 내린 44.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이 커지면서 6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앞서 24일에는 3월 6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는 등 랠리를 펼쳤다.
증권가는 내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관점에서도 정유 기업에 대한 매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운송용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악의 적자를 냈다. 4분기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내년 코로나19가 점차 진정되면서 반등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코로나19의 점진적 충격 완화와 경기 회복 국면에서 정유업 반등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중질유 중심 마진개선과 올레핀 수익성 향상, 경쟁사 대비 투자 부담이 적어 주당배당금(DPS) 지급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선 업황은 바닥을 지나고 있는 단계로 평가된다. 조선 업황은 지표로만 보면 아직 저점에 머물러 있지만 물동량 지표가 개선 중이고 국내 조선소의 최근 수주 성과도 긍정적이다. 변수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여부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목해야할 이벤트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EU의 기업결합 심사결과로, 승인 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고 수주가 늘어나는 시기에 유상증자가 맞물리면 주가 상승이 제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은 매크로 동향과 조선 업황 지표, 개별 기업의 수주와 이벤트 등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철강의 경우 올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나선 중국이 철강 수요 강세를 이끌었다. 내년부터는 중국 외 지역에서도 수요 회복이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철강 등 원자재 수요는 경제 위기 이후 2~3년 동안 수요가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철강 업종의 주가 수준은 여전히 올해 초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 주택 시장은 이미 호황을 맞이하고 있고 유럽 자동차·소비재 수요 역시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문 연구원은 “내년 업황은 고로사인 포스코에게 유리할 전망이며 현대제철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