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의 잇단 속옷 시장 진출로 경쟁 심화
자체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등 유통채널 확대 속도
토종 속옷 브랜드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 년째 속옷 시장이 정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SPA(제조·유통일괄형), 홈쇼핑 등을 통해 속옷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특히 올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은 배가 됐다. 통상 속옷은 사이즈 등의 이슈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매출 발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토종 속옷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최근 수 년째 적자와 흑자를 넘나들며 불안정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BYC·신영와코루·비비안·쌍방울의 3분기 합산 매출액은 47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매출 발생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2분기 정부지원금 수급이 가능해지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듯 싶었으나, 지난 9월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다시 한 번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간 토종 속옷업체는 해외 유명 속옷 브랜드와 저가로 승부하는 SPA브랜드 등의 경쟁에서 밀려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다. 유니클로, H&M 등의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저렴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속옷을 선보이면서 기존 시장을 위협했다.
여기에 캘빈클라인, 원더브라 등 해외 속옷 브랜드가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업체의 어려움을 부추겼다. 또 온라인 쇼핑 및 해외 직구의 발달로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 역시 심화됐다.
브랜드 간 경계가 흐려진 점 역시 하나의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너웨어를 만들고 있고, 대형 유통업체도 PB(자체상품)를 통해 속옷 시장에 진출하면서 마케팅 만으론 한계점을 갖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일반 패션 아이템에 대비 신상품 수요가 크지 않고 애초 마진을 많이 붙여 판매하지 않아 재고가 많이 남아도 할인폭을 크게 확대해 판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우터처럼 계절이 바뀐다고 구입하는 상품이 아닌 점도 재고 소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속옷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특별한 성수기 시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런닝과 팬티 등은 사계절 모두 입을 수 있는 연중물이라고 할 수 있어 신제품의 구분이 모호하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 불황에 따른 여파와 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통 속옷 업계는 변화하는 패션업계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해 온라인 판로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쌍방울과 비비안은 지난 4월 비대면 쇼핑 트렌드를 반영해 자사몰을 오픈하고 리뉴얼을 진행했다. BYC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에 힘을 주고 있다.
이밖에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 입점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한 2030세대 감성자극 및 소통은 물론,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신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확대를 꾀하고 있다.
재고 소진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직영 매장, 오렌지매장과 같은 일반 매장에서 1차적으로 판매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재고 상황에 따라 아울렛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품목과 제품군에 따라 최대 할인율을 적용,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품 출시 단계에서 과거 매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재고 수량을 조정함으로써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속옷과 아우터의 경계를 허문 신제품의 출시로 젊은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며 “패션 내의 시장과 홈웨어 시장의 확대로 원마일웨어가 주목받으면서 속옷 뿐만 아니라 파자마, 이지웨어 매출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