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로 인해 이번주 드라마는 결방합니다”
프로야구 시즌, 월드컵 시즌 등 스포츠는 물론이고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존 편성된 프로그램은 결방을 맞는다. 당연히 결방된 프로그램의 고정 시청층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든 방영할 수 있는 것’과 ‘오늘, 이 시간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잦은 결방 사태로 연속성이 있어야할 드라마의 몰입을 깨뜨리고 그로인해 시청자들로부터 작품의 완성도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성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잦은 결방이 시청자 이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달 초부터 드라마는 스포츠 중계로 인한 무더기 결방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나를 사랑한 스파이’, 9일 ‘카이로스’, 10일 ‘비밀의 남자’ 17일 ‘찬란한 내 인생’ ‘카이로스’ ‘펜트하우스’, 18일 ‘찬란한 내 인생’ ‘나를 사랑한 스파이’, 23일 ‘카이로스’, 24일 ‘비밀의 남자’ 등 수 편이 예정된 시간에 방영되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카이로스’의 경우 스포츠 중계의 영향을 정통으로 맞은 작품이다. 9일과 17일, 그리고 23일까지, 즉 3주 연속으로 정상 편성대로 방영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지난달 26일 방영을 시작한지 2주 이후 벌어진 일이다.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첫 회 방영 이후 탄탄한 극본과 연출 덕분에 화제몰이를 하고 있던 터였다. 장르물의 특성상 중간 유입이 쉽지 않지만,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3주 연속 결방이 되면서 오히려 시청자 이탈로 이어졌다. 세 번의 결방 후 방영된 24일 방송에서는 첫 회차 이후 2.6%라는 최저 시청률까지 받아 봐야 했다.
그나마 이날 2회 연속 방송하면서 마지막 8회차의 2부에서는 3.8%까지 시청률을 끌어 올렸다. 결국 깊은 몰입감을 필요로하는 ‘카이로스’의 경우 결방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나 ‘비밀의 남자’ ‘찬란한 내 인생’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은 결방과 무관하게 시청률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카이로스’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는 드라마의 특성상 선악구도가 분명하고, 중간에 끊었다 가더라도 충분히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드라마조차도 연속 사태를 맞는다면 시청자 이탈을 막긴 힘들다.
한 예로 지난해 SBS 드라마 ‘VIP’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당시 이 드라마는 큰 화제성을 보이면서 초반에 10%대 시청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포츠 중계로 인해 4회 연속 결방을 결정하면서 시청률이 5%대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같은 시기 SBS ‘시크릿 부티크’와 ‘배가본드’도 스포츠 중계와 청룡영화상 중계 등으로 수차례 결방하면서 시청률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편성 시간은 하나의 ‘약속’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중계의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해당 시간에 편성된 드라마나 예능 등의 시간을 조정하거나 결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불가피한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수시로 결방을 했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