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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항공산업 재건 대의를 위한 사법부 판단이 중요하다


입력 2020.11.26 13:00 수정 2020.11.26 11:48        서영백 기자 (ice@dailian.co.kr)

'경영상 긴급한 필요' 쟁점… 코로나19 및 항공업 위기 보는 시각이 문제

KCGI 가처분 인용시 항공산업 공멸하고 10만 일자리 대참사 우려

업계 "정치적 논리 아닌 법리적 검토와 합목적성 따진 결론 나와야"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데일리안 DB

항공산업 생존, 그리고 이를 위한 재편을 목적으로 정부, 채권단, 한진그룹이 함께 추진하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암초를 만났다.


서울중앙지법은 25일 오후 5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 대한 첫 심문을 가졌다. 앞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KCGI는 지난 11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3자배정키로 한 보통주식 706만2146주의 신주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통합을 주도하는 KDB산업은행은 12월 2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에 하나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인수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당장 수만 명의 일자리가 함께 위협받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모펀드인 KCGI가 10만여 명의 일자리가 걸린 국내 항공산업 재편에 태클을 걸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가처분 신청 기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본시장법 및 한진칼 정관 등에 따라 ‘경영상 긴급한 필요’ 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반면 KCGI는 경영권 분쟁 상황인 한진칼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쟁점은 법원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경영상 긴급한 필요’로 볼 것인지에 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국내 항공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현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채권단도 지금의 상황은 명백한 항공산업의 경영상 긴급한 위기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한진그룹은 지난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인수가 국내항공업계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자 10만여 명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라며 KCGI라는 외부 투기세력의 주장에 흔들려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상법, 자본시장법에 적시되어 있는 ‘경영상 목적 달성의 필요’를 바탕으로 한진칼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항공산업 대 호황 이후 찾아온 코로나19 위기의 직격탄으로 전 세계 항공운송업이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며 “전 세계 국가에서 대규모 정부 지원 및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항공사간 합종연횡도 활발히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징후”라며 “우리 국적사도 변화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며 지금이 크나큰 위기이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최대현 KDB산업은행 부행장도 3자연합 측의 가처분 신청을 예상했고, 이를 위해 사전에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이나 인용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법적 검토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됐을 때다. 인수는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야기될 후폭풍은 실로 심각하다. 국내 항공업계와 KDB산업은행 모두 통폐합을 통한 항공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위기를 버텨내지도 못하고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과도한 부채,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말까지 부족한 유동성만 약 7000억원 규모다. 내년 이후에는 2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 정책자금이 유입돼야 한다. 연말까지 자금 확충을 하지 못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며, 이에 따른 이자는 늘고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에도 올해 연말까지 유동성에는 문제없지만, 이후 2조원 정도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위기가 지속되면 항공산업에 몸담고 있는 수만 명의 임직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직원 숫자는 약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만약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는 11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추정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여러 이유를 들어 쓴 소리를 하는 일부 시민단체나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일자리를 담보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는 논지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에서는 이미 국내 5대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인적 구조조정 없이 2분기와 3분기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위기 극복능력과 노하우를 갖춘 대한항공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보고 있다. 주된 근거로 항공산업이 대규모 고용을 유발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 창출효과는 배가되지만,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하면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진다. 실제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한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붕괴하는 경우다. 이는 곧바로 항공주권 상실로 이어지고, 한국 시장은 외국 항공사들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한번 무너지면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한진그룹은 이와 같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과 생태계를 만들어내자는 것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반문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사모펀드 대표입니다. 자기돈 0원입니다. 남의 돈 가지고 하는 분에게 어떤 책임을 묻겠습니까?”


대한민국 항공업계 구성원들의 절박함을 어깨에 얹은 법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서영백 산업부장

서영백 기자 (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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