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 비상, 정부 "공공비축미 37만 톤 단계별로 풀겠다"
농민들 “수확량도 줄었는데 공공미까지 풀리면 피해 더 커져”
정부가 올해 쌀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37만톤 범위 내에서 정부양곡을 시장에 풀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올해 쌀 생산량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51만 톤으로, 전년(374만톤)보다 23만 톤, 예상생산량(363만 톤)보다도 12만 톤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기준 쌀 생산량 401만 톤에 비하면 50만 톤이나 줄어든 셈이다. 작년에 비해서도 6.4% 감소했다.
역대급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 재난이 이어지면서 쌀 생산량이 급감한 것인데, 52년 만에 가장 적은 생산량이라는 통계치 보다도 현장에서는 작황이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수확한 벼들로 창고가 가득 차야할 시점에 쌀값 인상에 대한 기대로 농민들이 출하마저 늦추고 있어 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논의한 결과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으로 공공비축미를 37만 톤 범위 내에서 시장에 공급키로 하고, 공급 시기는 가급적 수확기 이후 산물벼 인도를 시작으로 일정 물량씩 나눠 공급키로 했다.
적기에 보완대책을 마련해 농업인의 출하 시기 결정과 산지유통업체의 매입가격 결정 등을 돕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수요 변화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급 계획물량은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산지유통업체를 통해 올해 공공비축미로 매입 중인 산물벼(20일 기준, 8만 톤 매입)를 수확기 직후 산지유통업체에 인도함으로써 부족한 원료곡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수급 상황을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공매를 추진할 예정이다.
수확기 중이라도 수급 불안이 심화되거나 심화될 우려가 있어 불가피한 경우에는 공급 시기를 조정키로 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부족물량은 가급적 수확기 이후에 공급하되, 정부가 공급하는 물량과 시기 등을 사전에 발표해 시장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면서 “이를 통해 농업인과 산지유통업체의 의사결정과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정부의 공공미 공급에 정작 농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쌀 수확량이 급감한데다가 공공비축미가 풀리면 쌀값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농민 뿐 아니라 쌀 유통 시장에서도 원료곡을 확보해놨다가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풀었을 때 가격이 인하되면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수확기에 많은 물량의 비축미를 갑작스럽게 공급하면 쌀값이 과도하게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적기에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위적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쌀값에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수급 조절에는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벼농가 농민들은 수확량이 줄었다고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정부가 성급하게 시장에 개입해선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올해처럼 생산량이 턱없이 줄어든 시점에서는 수급 안정도 좋지만 벼 농가의 소득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책을 우선해 세워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가뜩이나 수확량 감소로 농가 피해가 커졌는데 비축미마저 풀면 손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어쨌든 흉년에 줄어든 쌀 생산량, 오른 수매가, 늦어진 시장 출하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쌀값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