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서 집회로 GDP 0.5%p 감소했다 발언
한은 "성장률 저하, 거리두기 여파일뿐 집회와 무관"
경제전문가 "논리적 이해 불가, 경제학적 위험한 발상"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광복절 열렸던 보수단체 8·15집회가 국내총생산(GDP)을 0.5%포인트 감소시켰다고 발언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경제계 어떤 기관도 8·15집회 관련 유의미한 연구결과나 공식지표를 내놓지 못했는데 경제수석이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이 수석은 지난 9일자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3분기 반등에 관해 설명하면서 "8·15집회가 GDP를 0.5%포인트 감소시켰다"며 "없었더라면 3분기 GDP가 2.4%까지 가능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개연성이 있는 해석은 이 수석이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자료를 인용해 발언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3분기 GDP가 2분기보다 1.9% 증가했다"면서 "코로나 재확산이 GDP에 0.4~0.5%포인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데일리안이 한국은행에 문의한 결과 코로나 재확산 요인을 분석하는데 있어 '8·15집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장은 "3분기 GDP 성장률을 0.5%p 낮춰 추정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운수업·오락업·음식업·교육업·혼례장례업 등 대면서비스업종과 건설업이 타격을 받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며 "여기에 여름철 장마와 태풍 영향 등도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 "통계 자료를 작성할 때 8·15집회 관련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경제수석이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8·15집회를 GDP 감소 원인으로 지목했던 것이라면 '과장 해석' 또는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민간 연구기관이나 경제학자들도 국내에서 아직 8·15집회 관련 유의미한 연구결과나 공식지표가 나오지 않았는데 경제수석이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GDP 0.5%포인트면 2조30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인데 경제수석께서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신 건지 모르겠다"며 "한국은행이나 통계청에서 나온 데이터에서 어떠한 지표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0.5%p 숫자가 나왔는지는 도저히 가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어 "8·15집회가 진행됐던 3분기는 4~6월 집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실질적으로 민간소비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기간이었다"며 "경제수석 말씀처럼 8·15집회 영향이 있다고 한다면 민간소비가 굉장히 많이 줄어야 했지만 사실 3분기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1.9%를 기록한 가운데 민간소비 성장기여도는 –0.1%p였다. 민간소비 –0.1%p를 GDP 0.5%p와 연관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깎아먹은 것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로나 재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수요와 공급 등 다각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특정 사안, 그것도 1일 집회를 원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경제학적 관점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코로나 원인은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충격을 주는 뼈대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서플라이체인이 붕괴되며 생산이 감소한 원인이 크고, 수요 측면에서는 국민 소득 수준이 떨어지며 소비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분기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수요 측면이 둔화된 것이 성장률 감소에 원인으로 보인다"며 "특정 집회를 단편적인 원인으로 찝어 이야기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위험한 발상이며, 결국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됐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집회에 모인 분들 중에 사망자가 발생한 점, 집회 당일 여파로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점, 이후에 경제적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 검증되기도 어려운 요소들을 모두 쏟아부어 가정을 하신 것 같다"며 "GDP의 0.5%p면 약 2조5000억원인데 집회 한번에 2조5000억원 손실을 봤다는 건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