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낙점 조현범 사장 흔들기에 브랜드 이미지 타격
주주가치 훼손은 물론 자구노력 감수한 임직원 생존 위협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이나 영업력 등 경영 차질에서 비롯된 위기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불거진 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한국타이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최악의 대외 악재를 맞고도 3분기 전년 대비 34.3% 오른 22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유력 완성차 업체들과 신차용 타이어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등 품질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정작 위기는 회사 내부에서 돌출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다른 형제들은 부친인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는 등 분쟁에 불씨를 붙였다.
여기에 더해 조현범 사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며 여론전으로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자신들이 속한 가문의 가업이자,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사실상 자해행위다.
한국타이어는 B2B(기업 대 기업)와 B2C(기업 대 소비자)를 모두 영위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신차용 타이어 공급사로 선정되기 위해 어필해야 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겐 교체용 타이어로 선택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생존할 수 있다.
B2B가 됐건 B2C가 됐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타이어가 세계 7위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그동안 들인 노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별건으로 진행되는 재판선고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무의미한 언론플레이로 비춰지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네거티브한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고, 그 발단이 대주주 일가에서 비롯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신차에 한국타이어를 장착하려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낡은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티스테이션으로 향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저하와 그로 인한 실적 악화는 결국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한국타이어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주주들의 손해를 초래한다. 적지 않은 한국타이어 지분을 보유한 원인 제공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심해 노력해 왔던 글로벌 임직원 2만여명들이 입을 피해다.
한국타이어와 이 회사 임직원들은 자사주 매입 계획과 주주 친화 경영 강화 등 기업 차원에서의 자구책은 물론, 전 계열사 임원들의 급여 20% 반납, 노조의 임금교섭 위임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뼈를 깎는 희생을 감수해 왔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건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위기에 처한다면 내부 분란은 접어두고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공동의 생존부터 모색하게 마련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이미 자신의 후계자로 조현범 사장을 낙점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조 회장이 지난 6월 지분 매각을 통해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를 정리한 것도 자녀들 간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고 조현범 사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현범 사장은 15년간 경영 일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점을 인정받아 후계자로 낙점됐다. 리더가 정해진 이상 그를 중심으로 한국타이어에 직간접적으로 속한 모든 이들의 미래를 위해 합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지금은 분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는 물론 미국 대선이 초래한 변동성 높은 외부환경에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다. 리더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 전체를 흔들다 공멸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