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산울림, '건물의 시간'으로 돌아 본 35년 역사
정동극장, 송승환 주연 '더 드레서' 11월 18일 개막
오래된 공간에는 시간의 흔적과 함께 기억이 깃든다. 공연장의 경우는 무대를 올렸던 제작진·연출진·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의 땀이 스며들어 있고, 관객들이 무대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도 고스란히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소극장 산울림과 정동극장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985년 문을 연 소극장 산울림은 올해로 35주년을 맞았다. 산울림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여성극이다. 소극장을 개관한 후 극단 산울림은 문화 소비층에 제외되어 있던 중장년층 여성관객을 극장으로 인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것이 바로 시몬드 드 보봐르의 ‘위기의 여자’였습니다. 이후 드니즈 살렘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아놀드 웨스커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샤 노먼의 ‘엄마, 안녕...’ 등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연극들을 집중적으로 공연해왔다.
뿐만 아니라 소극장 산울림은 ‘산울림 실험무대’ 시리즈로 이성열 연출의 ‘한만선, 91년’ ‘하녀들, 92년’ ‘오해 95년’, 채윤일 연출의 ‘핏빛달, 96년’ ‘아가멤논의 자식등, 99년’, 임영웅 연출의 ‘블라인드 터치, 2008년’, 박전의 연출의 ‘애쉬 투 애쉬즈 2008년’, 박혜선 연출의 ‘트릿, 2008년’ 등 다양한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올해는 전시와 공연 ‘건물의 시간’을 통해 소극장 산울림의 35년 역사를 되짚었다. 관객들이 기억하는 산울림의 모습을 영상과 연보, 다양한 사진으로 전시하는 ‘메모리’(Memory)와 ‘고도를 기대리며’ ‘그여자’ ‘이방인’ ‘편지 콘서트’ 등 산울림의 하이라이트 공연 영상 상영회도 마련됐다. 또 ‘35년의 울림’이라는 제목으로 극단 산울림의 각 시기를 대표했던 작품들을 재구성해 해설 및 영상 자료와 함께 세 명의 배우들이 명장면과 명대사를 시연했다.
서교동에 소극장 산울림이 있다면, 중구 정동에는 정동극장이 2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동극장은 지난 7월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정동극장의 도약과 미래’를 주제로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을 통해 극장의 25년 역사와 공공극장의 역할을 짚고, 정동극장의 미래를 위한 의견을 받기도 했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화려한 기념행사 대신, 정동극장 25년 자취에 대한 성찰과 미래 가치 고민을 위한 특별 포럼”이라며 “기념식은 포럼으로 대신하고, 공연장인 만큼 공연으로 기념의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정동극장에서는 25주년 기념작인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을 공연하고 있고, 송승환, 안재욱, 오만석, 정재은, 배해선 등이 출연하는 연극 ‘더 드레서’가 11월 18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특히 ‘더 드레서’의 개막은 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날 보러 와요’(1996) ‘손숙의 어머니’(1999) ‘강부자의 오구’(1999) ‘이’(2003) 등 연극계 스테디셀러를 배출한 ‘연극 명가’로 불리는 만큼, 이번 ‘더 드레서’를 통해 이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김 대표는 ‘더 드레서’의 제작발표회 당시 “올해로 정동극장이 25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렇지 못하게 됐다. 이번 ‘더 드레서’를 기점으로 신작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며 “‘더 드레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한다. 삼고초려를 한만큼 최고의 작품이 나올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