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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화전양면술…'사랑하는 남녘동포' 겨냥한 미사일 쏟아냈다


입력 2020.10.12 04:00 수정 2020.10.11 21:3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말'과 '행동'이 다른 김정은

"적장 '말' 믿을 수 없어…'능력' 봐야"

美 대선 주시하며 '신무기' 시험 가능성

바이든 당선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들어올려 인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 해당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열병식을 통해 공개된 무기 면면을 들여다보면 '화전양면전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며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과 관련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며 "이러한 연설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조선중앙TV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이 28분 동안 이어간 연설에서 남측 관련 문장은 단 한 문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설에 이어진 군사 퍼레이드에선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이 수십 기 등장했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영상에 따르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는 물론 4연장·5연장·6연장 방사포 등 초대형 방사포가 대거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KN-23과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비행고도가 30~50㎞에 불과하다. 패트리엇은 물론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요격고도 40~150㎞)로도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가 400km 정도라며 "남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에 과거 포병전력을 발전시키며 방사포만 활용해 남한 전 지역을 타격하자는 군사정책이 있었다"며 해당 군사정책이 "실현 막바지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초대형 방사포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대거 싣고 나왔다는 건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장악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대한민국 겨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초대형 방사포. ⓒ노동신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발사관 5개를 탑재한(5연장) 초대형 방사포. ⓒ노동신문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이어진 열병식에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잇따라 공개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적장(敵將)의 말을 믿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방과 군대의 기본 교리는 '적의 의도는 무시하고 적의 능력만 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선중앙TV 갈무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조선중앙TV 갈무리
"北, 美 대선 이후 군사행동 나설 가능성"
'스몰딜' 노리고 '자위적 전쟁억제력' 강조했다는 관측도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각종 신무기를 공개하면서도 시험 발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대미 상황관리 차원에서 '선을 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 대선 결과 등을 주시하며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박휘락 교수는 "열병식에 신무기를 선보였다는 건 개발을 마쳤다는 뜻이자 곧 발사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미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전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불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 미 정가를 혼돈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이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을 골라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인배 원장은 "바이든 캠프 내에 '비확산론자'가 다수 포함돼있다"며 "'이란 핵합의'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고 핵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을 크게 압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동결 대 제재완화'와 같은 '스몰딜'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 지렛대 확보 차원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무기를 대거 공개하면서도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조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이든 캠프 내에는 북핵 협상과 관련해 '현실적 판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금 바이든 캠프에 들어가 있는 외교 참모들의 성향을 보면 '중간과정'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만 분명하면, 포괄적 해결(빅딜)이 아닌 중간 단계(스몰딜)를 이야기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


10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진행되기 앞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불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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