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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남편 이일병 비난의 불편함...인민재판식 집단주의 이제 그만 졸업할 때


입력 2020.10.07 11:30 수정 2020.10.07 08:27        데스크 (desk@dailian.co.kr)

정권과 장관에 대한 미움이 배우자 사생활 비난의 이유

탈세하지 않고 법 어기지 않은 개인의 자유는 보장돼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외교부장관 강경화의 남편 관련 폭로(?) 기사를 접했을 때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명예교수, 미국, 1억원, 요트...라는 단어들 때문이었다.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집단주의 의식에 딱 걸려든 먹잇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기사들을 처음부터 읽어 왔다.


게다가 강경화다. 그녀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이 돼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최장수 장관 3인 중의 한 명이며 인사청문회 때부터 재임 내내 ‘무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여성 각료이다.


약 3년 재임한 외교부장관으로서의 그녀에 대한 필자의 기억은 국회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언을 한 해프닝과 한국 관광객 유람선 사고가 나자 대통령 문재인이 가라고 해 헝가리까지 날아갔다 온 일(그녀가 현장에 가서 구체적으로 무슨 지휘를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 어느 나라 정상의 한국 회의 참석 성사를 위해 그 수도에 며칠 체류했다가 허탕 치고 돌아온 출장 정도뿐이다.


필자는 보수우파의 시각으로 오피니언 칼럼을 주로 써 온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진보좌파 편에서 의견을 내보고자 한다. 정확히 말하면, 진보좌파 편이 아니라 진보좌파들이 자기 편 장관 남편이 당하는 일이라 기계적으로 그를 감싸고 있을 터이므로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말은 바른 대로 하자. 강경화 남편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일병이 왜 그토록 비난을 받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충견(忠犬) 강경화의 배우자이고 고가의 요트를 사서 해상에서 여유(旅游)를, 일반적 경제 능력의 국민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사치’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즐기고자 한 장관 가족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인인 장관이 여행특별주의보를 내렸는데도 자기는 해외로 놀러갔다는(그것도 고가의 요트를 사러) 이중 잣대가 더 문제라는 주장은 공허하다. 솔직해야 한다. 이일병이 미국에서 코로나를 묻혀 와 한국 국민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옮겨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은 ‘방역 선진국’ 아닌가? 귀국한다면 철통같이 막고 자가격리를 시켜 전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못 가는데, 너는 가냐?’라는 심리도 문제다. 이일병이 갈 수 있으면 다른 국민들도 갈 수 있고, 가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찜찜해서 안 가는 사람들은 빼고... 이일병이 외교부장관 부인 권력을 이용해 출국할 수 있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며 이는 법적 조치를 받아야만 한다. 강경화는 물론 책임지고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일병은 자신의 해외 요트 여행 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투명하게’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다. 몰래 출국하려다가 들킨 게 아니고 자기가 동네방네 선전을 해 기사가 나게 된 것이다. 이것을 선의로 바라본다면, 그는 보통 사람들하고는 다른 특별한(좀 비싼) 취미를 가졌고, 그런 여유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것을 여러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알리고 싶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대한민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 경제 선진국(Developed Countries)들에 들어간다. 대학 교수가, 그것도 자유 시간이 많은 은퇴 명예교수가, 서울 아파트 평균값의 1/10 수준 요트를 사 카리브해를 떠돌아다니는 건 중고급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고 인생 만년을 자유스럽고 여유롭게 보내고자 하는 은퇴자들의 꿈을 먼저 실천에 옮기는 사람으로 봐줄 수도 있다.


유럽 유명 항구 도시들은 물론 호주 시드니나 미국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교외의 부유층 전문직이 밀집해 사는 포구에는 으레 요트들이 밀집 정박돼 있다. 한국 여행객들은 이런 풍경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생활을 해볼까 하고 선망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한국 사람이 그런 부와 여유를 누리면 고운 눈으로 보질 않는다. 참 이상한 심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내가 흙수저면 너도 흙수저여야 하고, 내가 공부를 덜했으면 너도 덜했어야 하고, 내가 돈이 없으면 너도 돈이 없어야 속이 풀리는, 속 좁고 하향평준 집단주의적인 불리잉(Bullying, 집단 괴롭힘) 을 계속해야만 하고 그것이 허용되어야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것은 또 다른 인민재판이자 획일적 평등주의이다.


내가 사는 방식대로 다른 모든 사람들도 살아야만 하는 식이다.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이고 그 공직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불요불급한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외교부장관이라서 더욱 비판 받아야 한다는 건, 그 속을 이렇게 살펴보면 구실에 불과하다. 미운 사람 남편이 미리 쳐 놓은 함정에 빠지듯 잘 걸려들어서 집단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대한민국의 자유주의(자유주의, 즉 Liberalism 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주의로 통용된다)와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그리하여 경제 선진국만이 아닌 사회 선진국, 문화 선진국이 되려면 이와 같은 촌티 나는 후진적 집단 괴롭힘, 인민재판 수준의 집단주의를 졸업해야만 가능하다고 필자는 본다.


이일병이 탈세해서 1억원짜리 요트를 살 돈을 모으지 않았고, 불법으로 출국하지 않은 한, 그가 강경화 남편이든 강정숙 남편이든 개인 이일병으로서 취미생활을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에 있는 이일병에게 고한다. 끝까지 투명하고 당당하게, 마음에 없는 귀국 고민 같은 건 하지 말고 카리브해 요트 여행 즐겁게 자유롭게 마쳐라. 비공개로 전환한 블로그도 다시 공개로 원위치해서 여행 전기, 중기, 후기 있는 대로 써서 공유하도록 해라.


그리고 강경화는 능력에 부치는 외교부장관 그만하면 충분히 했고, 이제 남편 일로 정권에 누(累)를 끼치기도 했으니 흔연히 사표를 던지는 게 어떤가? 그래서 자유인 남편과 함께 만년의 삶을 홀가분하게 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어차피 외교부장관 직은 그대의 식견과 역량에 맞지 않는 자리였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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