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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기만 한 국민의힘 '청년 혁신'


입력 2020.10.05 14:06 수정 2020.10.05 14:50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부적절 홍보물'로 논란 자초…중앙청년위원장 사퇴

계파 갈등 양상에 별도 조직 '청년의힘'도 지지부진

"기존 어른들 대리전 양상이 청년계에서 반복되는 꼴"

지도부·사무처의 조직 관리 소홀 문제 원인으로 지적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 당사에서 현판식을 마친뒤 국민의힘 희망트리에 메세지를 단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청년 혁신' 키워드를 전면에 내건 국민의힘이 정작 이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당 청년 조직의 안일한 행보로 논란을 자초하는가 하면 청년 계파 간 갈등 양상까지 드러나며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는 탓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공식 청년조직인 중앙청년위원회를 향해 공개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무슨 청년위원회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진취적이지 못하고 옛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것은 당에 대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석 연휴 간 있었던 중앙청년위의 '부적절 표현 홍보물 공개'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온라인 홍보물에서 개개인의 프로필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육군 땅개 알보병', '곱버스 투자 실패로 한강 갈 뻔함'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사며 논란을 빚었다.


연휴 기간 중임에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문제가 된 문구를 사용했던 인사들에 대해 면직 및 대변인 임명 취소 등의 징계를 내려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청년위가 부고 이미지를 삽입한 카드뉴스를 재차 올리며 징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후속 논란이 불거졌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날 "실수는 젊은이의 특권으로, 실수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며 "본인들도 국민 전체의 생각과 맞춰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배웠을 것이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옹호에 나서기도 했으나 비판 여론은 식지 않았고, 결국 이날 박결 중앙청년위원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까지 이르렀다.


박결 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 (자료사진) ⓒ뉴시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으로는 역시 청년위 당사자들의 안일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와 사무처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부적절 문구가 들어간 홍보물이 사전 감수 및 여과 없이 그대로 대중에 공개된 자체가 전체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중앙청년위가 당의 엄연한 공식 조직인데 지도부나 사무처에서 사전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점은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청년들은 당에서 따로 보수도 받지 않고, 다른 사회생활과 병행하며 본인의 신념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및 김선동 사무총장 등 당 일선에서 보다 더 세심하게 케어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이들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무처고, 여의도연구원이고 청년정치인 육성보다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당내 청년들이 부족한 세력을 한 데 모아 규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해 스스로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은 공식 청년 조직인 중앙청년위에 더해 '당내당' 형태의 '청년의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이 전면에 나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예산권과 사업권뿐 아니라 일부 기초·광역의회의원의 공천권을 보장해주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당에서 활동했던 청년들이 주축이 된 중앙청년위에서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재섭 위원은 김세연 전 의원 등 바른정당계에서 주도했던 청년정치학교 출신으로, 지난 2월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보수통합 과정에서 현 국민의힘에 합류한 바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자료사진) ⓒ뉴시스

한 관계자는 "새롭게 당에 들어온 인사가 주축이 돼 별도의 청년 조직을 만드는 데 불만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기존 청년이 어디 있겠는가. 일종의 불신임이라고 느껴질 것"이라며 "아무리 당내당 형식이라 해도 일정 부분의 공천권까지 보장하는 내용은 과도한 요구라고 본다. 잘 납득이 가지 않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실제 쳥년의힘이 공식 출범하기 위해서는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일정 부분 이상의 과도한 권한이 부여될 경우 당원들이 참여하는 의결 과정에서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결국 기존 어른들의 대리전 양상이 청년 정치계에서 반복되는 꼴"이라며 "힘만 소모한 채 뚜렷한 업적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박결 중앙청년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차기 위원장 자리에 그간 정치권에 깊숙이 몸담지 않았고, 계파가 없는 인사를 영입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위원장 지명권은 당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내 역학관계상 쉽게 간극을 좁히기 힘든 상황이다. 융통성 있게 기존의 조직과 새로운 조직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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