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전 3피홈런...시즌 최악투
구속 떨어진 패스트볼 시급히 살려야
“나로 인해 팀이 어려움에 빠졌는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뉴욕 양키스 타선에 또 뭇매를 맞았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 샬렌필드에서 펼쳐진 ‘2020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투구수 98) 6피안타(3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5 뒤진 6회초 교체된 류현진은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토론토 타선이 6회말 대거 10점을 뽑아내 패전을 면했다. 평균자책점은 2.51에서 3.19(48이닝 17자책)로 치솟았다. 양키스전 통산 성적도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8.80(15.1이닝 15자책)이 됐다.
홈런을 3개나 얻어맞는 등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지 않은 투구였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2019시즌에 양키스를 상대(8월24일)로 4.1이닝 7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경기에서도 3개의 홈런을 맞았다. 1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은 2점대로 치솟았다. 사이영상에서 멀어지게 된 결정적 경기가 됐다.
토론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번 시즌에도 류현진은 양키스 앞에서 상승세가 꺾였다.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8월에는 2승 평균자책점 0.96으로 ‘이달의 투수’까지 넘볼 정도로 빼어났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는 6이닝 1실점 8탈삼진 호투로 시즌 3승도 따냈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위력적으로 들어가는 체인지업은 커터의 가치까지 높여줬다. 최근 커브도 결정구로 쓰고 있어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야말로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구속이 뒷받침 되지 않다보니 체인지업 위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변화구의 가치도 떨어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90.4마일(약 146㎞), 평균 구속은 88.8마일(약 143㎞)에 그쳤다. 시즌 최저다.
구속이 동반되지 않은 패스트볼은 2개의 홈런으로 연결됐다. 피홈런 모두 오른손 타자에게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다. 류현진은 1회초 루크 보이트와 애런 힉스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은 뒤 볼배합을 완전히 바꿨다.
한 이닝에 2개의 홈런을 맞고 패스트볼의 비중을 급격히 줄였다.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을 높이며 이후의 이닝을 버텼다. 98개 투구수 중 41개가 체인지업으로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패스트볼은 커브와 비슷한 20%대 초반에 그쳤다.
탈삼진 5개 가운데 4개를 체인지업으로 잡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류현진은 5회 2사 후 클린트 프레이저를 상대로 커브와 체인지업에 의존하다가 2타점 2루타를 내줬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지면 어떤 여파가 미치는지 보여준 단면이다.
토론토선에 따르면,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나로 인해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 우리 팀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양키스와의 시리즈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다들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번에 더 잘 던지겠다”고 말했다.
비록 이날은 좋지 못했지만 에이스 류현진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 탬파베이와의 개막전에서 부진(4.2이닝 3실점)한 투구를 마친 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자책했던 류현진은 시즌 세 번째 등판부터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당시에도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과제를 금세 해결했다. 다시 만난 탬파베이와의 대결에서도 호투(5이닝 1실점)했다.
AL 동부지구 2위를 놓고 경합 중인 양키스와는 시즌 잔여 19경기 중 9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과제는 뚜렷하게 나와있다. 다시 한 번 구속의 벽 앞에 선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