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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이후 실손보험 손실 위험 1조 늘었다


입력 2020.09.09 05:00 수정 2020.09.08 10:4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보험업계 위험 부담액 3조3021억…2017년 말보다 39.3% 급증

"보험사 반사이익 볼 것" 엇나간 정부 주장…건보료까지 이중고

보험사 실손의료비 관련 보험가격 위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실손의료보험 상품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떠안게 된 손실 위험이 1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보험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 주장해 왔지만 현실은 정 반대인 것이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일반 국민들의 부담까지 함께 커지게 되면서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40개 종합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추산하고 있는 실손의료비 보장 관련 보험가격 위험액은 총 3조3021억원으로, 문재인 캐어 정책이 가동되기 직전인 2017년 말(2조3698억원)보다 39.3%(9323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실손보험에서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손실이 그 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다. 보험가격 위험액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 시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위험이 커져 발생할 수 있는 차액을 추정하는 지표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손해 가능성을 산출해 보여준다.


업권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실손보험을 더 많이 취급하는 손보사들의 리스크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손보사들의 실손의료비 보험가격 위험액은 2조9506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1553억원) 대비 36.9%(7953억원) 증가했다. 생보사들의 해당 금액 역시 2145억원에서 3515억원으로 63.9%(1370억원) 늘었다.


보험사별로 보면 현대해상의 실손의료비 보험가격 위험액이 5817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DB손해보험(4904억원)과 삼성화재(4731억원), 메리츠화재(4648억원), KB손해보험(3960억원)의 실손의료비 연계 보험가격 위험액이 큰 편이었다. 이밖에 한화손해보험(1784억원)과 흥국화재(1697억원), 삼성생명(1416억원) 등의 관련 액수가 1000억원 이상이었다.


이처럼 실손의료비 보상을 둘러싼 보험업계의 부담이 빠르게 가중되고 있는 배경에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역효과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보장 영역이 넓어지면서 민간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료 수요 자체가 확대되면서 기대 효과 대신 부작용이 커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을 이전보다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듬해인 2018년부터 이를 본격 실행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케어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 등 기존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의료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문재인 케어로 보험사들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이 감당하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반면,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는 줄어들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실손보험 계약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이 축소되는 만큼, 보험사는 이득을 보게 됐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가 저렴해지자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난 탓이다. 결국 이는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 실시 전인 2017년 국내 한 가구당 연간 5만7423원이었던 외래의료비 지출은 지난해 6만4443원으로 12.2%(7020원)나 늘었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건강보험료도 인상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보험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전체가 짊어져야 할 짐도 무거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회의를 열고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년간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을 보면 2016년 0.90% 올랐고 2017년에는 동결됐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후에는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등으로 매년 2~3%대의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문재인 케어로 인해 보험사와 국민 모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정책 공개 당시부터 줄곧 이어져 왔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건강보험과 민간 실손보험료의 동반 상승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와중 가계의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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