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폭증 속 예수금 확보 비상에 발행 봇물…1조3900억원 발행
“예수금 1% 이내 예금으로 인정…발행시 예금 늘어나는 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 내 변동성이 고조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예대율 상한선에 다다른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를 피하려면 예금을 늘리거나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초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여파로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면서 실탄 확보가 절실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시중은행에서 발행한 커버드본드는 1조39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이 2000억원 규모의 5년물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또 3000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찍어냈다. 발행 규모는 5억 유로(약 6800억원)이며 만기는 5년이다.
SH수협은행도 7월 1100억원어치 조달한 데 이어 8월에 또 100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에 성공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역시 하반기 중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이유는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34조9054억원으로 전년 동기(610조7562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반면 은행 예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27조6655억원으로 전년 동기(640조3823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신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은 가중치 15%를 주고 기업대출은 15%를 낮추는데 대출금이 예수금의 100%를 넘으면 영업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예대율 상한선에 다다른 은행이 예대율 규제를 피하려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거나 예금을 늘려야 하는데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여파로 어렵게 된 셈이다.
올 2분기 기준 은행별 예대율은 KB국민은행 100.4%, 우리은행 97.9%, 하나은행 97.5%, NH농협은행 91.7% 수준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예대율 규제 완화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했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은행들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인 커버드본드를 대응 방안으로 꺼내든 것이다. 원화예수금의 1% 이내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금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커버드본드 발행 시 예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지원 등으로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낮아져 조달금리도 우호적으로 변한 점도 커버드본드 발행이 늘어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에다 증시, 부동산 등으로 시중자금이 몰려들면서 예금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는 커지고 있다”며 “일정 부분 예수금으로 인정되는 커버드본드를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