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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에도 달러 찾는 투자자에 '미소' 짓는 증권사


입력 2020.08.21 05:00 수정 2020.08.20 21:5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해 원·달러 환율 1285.7원→1181.2원으로 104.5원 급감… 약세 뚜렷

‘강세전환 예상’ 투자자 유입돼 외화ELS 발행액 160%, 달러RP 97% '쑥'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 발행액과 잔고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픽사베이

약세가 지속되는데도 달러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여전히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약세를 나타내는 달러 대비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의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원 하락한 1181.2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최고점인 3월 19 1285.7원보다 8.1%(104.5원) 떨어진 규모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8일 92.95로 연내 최저점을 경신했다. 연내 최고점인 103.60포인트 대비 10.2%(10.65포인트) 감소한 규모다.


원·달러 환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약화되고 있단 의미다. 이 같은 달러 약세는 올 6월부터 시작됐다. 3월 폭등 이후 12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로 내려앉은 건 지난 6월 10일(1191.0원)이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규모로 달러를 살포한 영향이다. 이번 달 5일에는 1186.5원으로 1180원대로 떨어지면서 달러 약세는 더 뚜렷해졌다.


통상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 가치가 함께 하락해 투자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일반 고객들 사이에서는 달러가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연계 상품이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번 달 19일까지 달러로 거래되는 외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은 1360억842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발행액인 522억4516만원 대비 160.4%(838억3907만원) 급증한 금액이다.


외화ELS는 원·달러 환율이 1285.7원으로 뛰며 달러 강세가 뚜렷했던 3월 말 1601억5637만원 규모로 발행됐다. 하지만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기 시작한 5월 말 발행액은 393억4481만원으로 급감했다. 6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로 떨어졌지만 외화ELS 발행 금액은 6월 1102억2169만원 규모로 발행되며 1달 새 180.1%(708억7688만원) 급증했다. 7월에도 발행액은 1067억2778만원으로 전월 수준을 이어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달러선물지수 등을 추종하는 외화ELS를 설정할 경우 달러가 약세일 때 비용절감이 가능한 측면이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요만 있다면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약세라고 해도 달러가 기축통화인 만큼 안전자산이라는 개념이 강해 고객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증권사가 판매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 1월 9억2534만 달러(1조997억원) 수준이던 증권사 달러RP 잔고는 7월 말 18억3140만 달러(2조1733억원)로 97.6%(1조736억원) 급증했다.


달러RP는 정부가 발행하는 달러표시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정기간이 지난 뒤 채권을 돌려줄 경우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돌려줘 은행의 달러예금과 유사한 구조로 운영된다.


보통 달러RP는 달러가 강세일 때 상승해왔다. 지난 2015년 8월 28일 1177.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등 여파로 다음해 1월 6일 1200.0원까지 상승하는 등 달러강세가 나타났다. 이에 같은 기간 동안 달러RP 잔고는 7198만 달러에서 1억496달러로 45.8%(3298만 달러) 늘어났다.


이처럼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데도 투자수요가 지속되는 이유는 달러 대비 원화 수익률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추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투자심리가 반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심지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미 달러가 올해 남은 기간 최고의 안전자산 통화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달러지수가 4% 가량 떨어지면서 하락이 두드러지는데 원화 가치는 1.5%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신흥국 통화에 대한 강세도 제한돼 달러에 대한 투자수요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약달러 상황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 상승 본격화와 신흥국 자금유입이 지속되던 2009년 3월이나 16년 말과는 다른 양상인 만큼 말에 재차 상승하는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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