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데뷔전서 2실점 뒤 가까스로 세이브
26일 웨인라이트 선발경기에서도마무리 가능성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데뷔전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다.
김광현은 25일(한국시각) 미국 부시 스타디움서 펼쳐진 ‘2020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5-2 앞선 9회초 구원 등판,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승리를 지켰다.
데뷔전부터 세이브 상황을 맞이한 김광현은 세이브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입단 당시 “선발·불펜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그동안의 역할을 보면 마무리투수 변신은 매우 당황스러운 변화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데뷔전답게(?) 우여곡절 끝에 따낸 세이브다. 지난 23일 자신의 생일이었던 시범경기에서 선보인 ‘탈삼진쇼’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규시즌 공식 데뷔전이라는 중압감에 눌린 듯, 김광현은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마운드에 섰다.
실책과 연속 안타를 맞고 크게 흔들렸던 김광현은 2실점 뒤에는 안정을 찾았다.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외야 뜬공 처리했고, 제이콥 스털링을 상대로는 병살타를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그제야 김광현은 포효와 자책 섞인 세리머니 뒤 포수 몰리나와 함께 엷은 미소까지 보였다.
출발은 매우 불안했지만 결과를 이끌어내며 데뷔전이라는 큰 고비를 넘겼다. 미국 'CBS 스포츠'도 경기 후 “김광현이 압박감을 이겨내고 세이브를 올렸다. 마무리 투수로서 최상의 모습은 아니었다. 개막전이라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하며 “다음 등판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압감 속에도 개막전에서 세이브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김광현은 이제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26일에도 세이브 상황이 오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날 김광현의 투구수는 19개(S:14)다. 연투 경험은 없지만 세인트루이스 불펜 가동 구상을 엿봤을 때, 김광현의 등판이 유력하다.
26일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는 아담 웨인라이트(39)다. 지난 2007년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2009년 내셔널리그 다승왕(19승)에 오르고 올스타에 3회 선정된 스타로 통산 162승(95패)을 거둔 베테랑이다.
웨인라이트는 김광현에게 일반적인 동료 이상이 의미가 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매체 벨빌 뉴스에 따르면, 김광현은 지난 9일 현지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캐치볼 파트너’ 웨인라이트가 없었다면 한국으로 귀국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땅 미국에 건너간 김광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시즌 개막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다. 훈련 장소도 마땅하지 않아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던 김광현은 캐치볼 파트너를 자청한 팀의 베테랑 투수 웨인라이트와 함께 훈련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투수 웨인라이트로부터 투구의 기술은 물론 미국 생활에 대한 정보와 심리적 안정이 될 만한 조언 등을 들었다. 일주일에 2~3차례 웨인라이트 집에 방문하다보니 그의 자녀들과도 친해졌고,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두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여행도 떠나기로 약속했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의 마무리 투수 기용 계획을 밝히며 “김광현이 함께 훈련했던 웨인라이트도 불펜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선발투수까지 올라서게 됐다. 김광현도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웨인라이트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김광현이 깔끔하게 세이브에서 성공한다면 웨인라이트에게도 큰 선물이 될 수 있고, 선발을 꿈꾸며 그렸던 미래를 앞당기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데뷔전이라는 큰 고비를 넘긴 김광현에게는 여러모로 중요한 다음 등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