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타의 아스날, FA컵 맨시티전서 2-0승…결승 진출
‘제자’ 미켈 아르테타(아스날)가 ‘스승’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와 지략 대결에서 완승했다.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1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FA컵' 4강전에서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멀티골에 힘입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아스날은 통산 21번째 FA컵 결승전이자 14회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맨시티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맨시티는 아스날과의 최근 상대 전적에서 7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이날 관심은 아르테타와 과르디올라의 사제 대결로 초점이 쏠렸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맨시티에서 각각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함께 일한 두 감독이 적으로 만났다.
아스날은 성적 부진으로 인해 에메리 감독과 작별하고, 지난해 12월 아르테타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감독 경험이 없는 아르테타 선임은 모험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아스날에서 선수로 직접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전술적 식견,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휘어잡는 리더십, 전술가로 통하는 과르디올라 밑에서 수업을 받은 아르테타의 잠재력은 높은 평가도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제자 아르테타의 꿈을 막지 않으며 아스날행을 허락했다.
이미 두 감독은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달 18일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에서 맨시티가 3-0 승리했다. 스승 과르디올라가 한 수 가르친 경기였다. 볼 점유율 67.1%, 슈팅수에서 20-3로 크게 압도했다.
1개월 뒤 열린 리턴 매치에서는 아르테타가 웃었다. 이날 아르테타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인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면서도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앞선 경기와의 차이점이라면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의 전환이다. 좌우 윙백 에인슬리 매이틀랜드 나일스, 엑토르 벨레린을 깊숙하게 내리면서 사실상 5백에 가까운 수비 대형을 펼쳤다. 원톱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만 최전방에 남겨두고 9명이 수비에 전념했다.
그리고 후방 빌드업으로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낸 뒤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서며 슈팅 기회를 창출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전반 19분 오바메양의 선제골은 골키퍼 마르티네스를 포함, 무려 10명의 선수가 18개의 패스에 관여한 합작품이었다.
선제골 이후에도 아스날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키어런 티어니를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에 두고, 왼쪽 윙백에 부카요 사카 대신 좀 더 수비력이 뛰어난 매이틀랜드 나일스를 기용한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또, 중앙 미드필더 다니 세바요스-그라니트 자카 조합이 공수에 걸쳐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후반 26분에는 페페의 탈압박, 키어니의 로빙 패스, 오바메양의 감각적인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맨시티 추격의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아스날은 슈팅수 4-16, 볼 점유율 29.4%에 그쳤지만 결과를 챙겼다.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카운터 어택이 빛났다.
마냥 우연한 승리로 보기 어려운 것이 3일 전 열린 36라운드 리버풀전(2-1승)에서도 아스날은 슈팅수 3-24, 볼 점유율 31.1%에 그친 바 있다. 이 경기에서도 아스날은 스리백과 견고한 수비력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아스날은 지난 몇 시즌 동안 수비 불안에 시달린 팀이다. 우나이 에메리 전 감독 체제에서 리그 18경기에서 무려 27실점을 허용했다. 이에 반해 아르테타 부임 후 아스날은 리그 18경기에서 18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실점률을 대폭 줄였다.
이번 맨시티전은 올 겨울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수비 자원 파블로 마리, 세드릭 소아레스의 결장으로 기존에 보유한 자원으로만 선수 라인업을 짜야했다. 그럼에도 아르테타 감독은 무스타피-다비드 루이스-키어니 스리백 라인을 내세워 클린 시트를 기록했다.
전술 싸움에서 스승 과르디올라 감독에 승리를 거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로지 빌드업과 볼 점유율에만 집착하는 대신 유연한 전술 변화로 강호 리버풀과 맨시티를 제압한 아르테타 감독의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