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시장 갈수록 ‘성장’…하나의 문화로 구축
스페셜 원두, 가성비 등 나름의 차별성 앞세워 진출 '가속화'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커피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최근에도 식품기업의 커피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고, 상당수 기업들은 시장 진입을 저울질 하고 있다. 포화시장이라는 지적이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스페셜 원두, 가성비 등 나름의 차별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식자재 유통·외식사업 자회사인 동원홈푸드는 지난 23일 홍익대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 샌드프레소 스페셜티 1호점을 열었다. 편의점 커피와 맞먹는 가격에 전세계 상위 7% 이내의 스페셜티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제공한다는 것이 차별화된 강점이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고가 프랜차이즈 라인이 있고, 빽다방, 메가커피 등으로 대표되는 저가형 라인으로 시장이 이원화 돼 있다”며 “저가 프랜차이즈는 최근 경제불황으로 인해서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저가라는 한계 때문에 원두나 원재료 품질을 낮게 잡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가 정책을 가져가면서 스페셜티 원두나 청미채 같은 고급 원재료를 활용해서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이 주된 장점”이라며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샌드프레소 스페셜티’를 론칭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죠스떡볶이, 훌랄라치킨 등이 최근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커피 사업을 두고 저울질 하고 있다.
죠스떡볶이 관계자는 “정확한 오픈 시기나 정해진 것은 없다”며 “콘셉트 등 구체화 된 것은 없지만 이 사업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커피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 산업은 세계 6위 수준으로 지난해 시장규모는 7조원을 돌파했다. 또 우리나라 성인 1명이 연간 약 35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는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기존 커피문화는 커피의 맛보다는 식후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대화를 위해 부수적으로 마시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커피의 원두나 추출방식을 확인하며 커피를 음용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커피전문점도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부터 ‘전국사업체조사’를 통해 커피 전문점 수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그 수를 보면 2016년 5만1551개에서 2018년 6만6576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커피업계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커피 시장 규모가 1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이 약 5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2.5배가량 큰 셈이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노라 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도 하나 둘 폐점 수순을 밟는 등 휘청거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알에스에서 운영하는 ‘엔제리너스’ 매장은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97개가 감소했다.
가성비·고급화·편안한 공간 등 차별 전략이 부재한 점이 크다. 커피 전문점 외에 편의점·패스트푸드 전문점 등도 1000원대 커피를 판매하고, 빽다방·더벤티·이디야 등 저가형 커피 전문점이 증가하면서 경쟁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커피 프랜차이즈가 밀리는 것도 어려움을 부추겼다.
한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보다는 인테리어가 유명하거나 입소문을 탄 커피 전문점을 찾아가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콘셉트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식품업계의 커피 시장 진출의 성공 여부는 지역 상권에 맞춰 콘셉트를 잘 잡거나 기존의 사업 아이덴티티를 잘 유지하며 차별화 된 경험을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이 이미 포화된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를들어 커피와 함께 밥을 판다거나 하는 믹스앤매치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특히나 기존의 주사업이 있는 기업의 경우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나가는, 다시 말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진부함을 피하는 작업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