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금융대출 잔액 작년 말 3448억원에서 5월 5862억원으로 올라
코로나19에 신청 급증…“훼손·분실 가능성 등 리스크 커 성장 한계”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동산담보대출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기계설비,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외형적인 규모는 확대됐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어 동산담보대출 시장이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586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말(3448억원)에 비해 70% 늘어난 수준이다. 2018년 말(1010억원)과 비교하면 480%나 급증했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이 아닌 기계설비,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지식 등의 담보를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은행들의 동산담보대출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동산담보대출 취급 경험이 부족한데다 담보가치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부실이 발생했을 때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로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혁신금융을 강조해오면서 시중은행들의 동산담보대출도 점차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동산담보대출 신청 수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들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947억원을 기록했고 3월에는 4583억원, 4월에는 5184억원, 5월엔 5862억원으로 매월 6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있다.
기존 담보대출에 거절당하거나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지원혜택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동산담보대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동산 담보 회수지원 기구인 캠코동산금융지원이 본격 가동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 금융 부문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금융회사와 동산담보대출 채권 매입 약정을 하고 부실이 생기면 동산 담보물 관리·처분을 담당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의 담보가치에 대한 평가 역량과는 별개로 동산담보 자체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 가치 측정이 어렵고 훼손이나 분실 가능성도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동산 담보 회수지원 기구가 설립됐다고 해서 위험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