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피해, 코로나19 이후 3달간 633억원 손실"
"한시적 지원 아닌 장기적인 정책 마련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문화계 전반이 초토화됐다. 이에 데일리안은 가요, 공연, 영화 등 각 분야별 대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안 진단과 코로나19 이후의 계획을 들어보고자 한다>
“지금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에요. 최대한 잘 버티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회장 이규영)는 회원사인 44개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73개가 연기 또는 취소돼 손해액만 약 62억 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근처 소규모 공연장 공연에 대해 별도로 집계한 결과 2월부터 4월 사이 공연 117개가 연기·취소돼 약 9억 5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대중음악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전국적으로 211개 공연이 연기·취소되어 손해액만 약 633억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문화계에서 유일하게 실태조사를 통해 현재 업계의 실질적인 피해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협회장이자 루비레코드 대표인 이규영 회장은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는 것 같아 실태조사를 마치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던 중에 또 다시 바이러스 확산이 급증하면서 또 새로운 피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걷잡을 수 없는 피해액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산정된 피해액에는 크게 오차 범위는 없을 거예요. 다만, 조사한 건 좌석 규모로만 잡은 것이죠. 사실상 공연을 하게 되면 거기서 발생되는 기대수익이 있잖아요. MD와 음반 판매는 공연 수익을 능가하거든요. 그것까지 따지자면 피해액을 몇 배로 늘어나는 셈이죠. 무대감독이나 음향감독 등 프리랜서로 계약하시는 분들은 공연이 펑크나면 일정을 빼놓았기 때문에 그냥 ‘백수’가 되는 거고요”
중소 레이블은 운영 규모가 작고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대형 기획사보다 체감하는 타격이 훨씬 크다. 때문에 손해액을 메꾸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수입원이던 공연을 열 수 없게 되면서 매출에 구멍이 났고, 그 매출로 진행되어야 할 콘텐츠 제작 자체가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저희 회사만 봐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92%가 구멍이 났더라고요. 결국 남은 7~8%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실상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여러 중소레이블들의 직원들도 최대한 버티다가 결국 휴직을 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걸로 압니다. 대부분 음악이 좋아서, 비전을 보고 일을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 연말 공연까지 모두 취소되는 걸 보고 낙담하는 거죠”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콘텐츠 제작의 결핍이다. 이 회장은 “힘든 위기를 버텨 내야하는데 인디레이블은 자금력이 약하기 때문에 장시간 버티지 못할 확률이 높다. 버텨야 나중을 도모할 수 있다. 자금력이 약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은행원 대출도 쉽지 않고, 지원 등에서는 심사를 거쳐 소외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위급상황시 대처방안에 대한 매뉴얼 구성 ▲고용 유지 및 창출에 필요한 다각도의 지원 정책 ▲대관료와 임대료 등 공간 지원 ▲콘텐츠 제작 위주의 지원 정책 ▲위기상황 대비 펀드 구성 등을 요청했다.
“성명서 발표 이후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관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지원 대책에 대해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1일 오후 MPMG 사옥에서 열린 대중음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개선을 촉구하는 ‘코로나19 음악산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가 그 시작이다. 단순한 성토의 장을 넘어 대중음악 관련 종사자들과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논의되는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이다.
대중음악은 오프라인 공연의 공백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팬덤이 작은 인디신의 경우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를 진행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 회장은 “온라인 공연에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무료가 아닌 유료로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은 조금 더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해요. 협회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서포트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버티고, 살아남아야 우리에게 다음을 생각할 기회가 있는 거잖아요. 현 지원 정책의 경우 한시적인 것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니까요.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나 아니면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다고 느끼면 제보의 형태도 좋고, 제안의 형태도 좋으니 많이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