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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담화 통해서 본 김여정의 정치적 처지


입력 2020.06.10 09:00 수정 2020.06.10 10:18        데스크 (desk@dailian.co.kr)

세 번의 담화 중 두 번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권력 2인자가 직접 나설 정도의 긴급·중차대 사안 아니다

김여정과 김영철이 대남정책 두고 경쟁하는 듯 보인다

남북대화와 미북 정상회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뒤처리 책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세 번째 담화를 내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당정치국 회의 이후 두 달 동안 세 번 밖에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과 묘하게 겹치면서, 김정은 이후 북한을 통치할 인물로 김여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세 번의 담화 내용과 맥락을 통해 김여정의 북한 권력 내에서의 입지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여정의 정치적 처지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올해 세 번의 김여정의 담화 중 두 번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 두 개의 담화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되기는 했지만, 북한 주민이 열심히 학습하는 노동신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김여정이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면 북한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터인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김여정의 세 번의 담화가 소위 권력 2인자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긴급하고 중차대한 사안이 아니었다. 지난 3월2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하자, 청와대는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여정은 청와대가 주제넘었다며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거칠게 몰아붙이는 담화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2018년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조신한 이미지를 깨뜨리는 것 말고는 얻은 것이 없었다.


또 3월22일 김여정의 두 번째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받았다며 변함없는 신의를 보내준 미국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사의를 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또한 김여정이 직접 나선 것이 어색해 보인다. 향후 미북 협상을 염두에 두었다면, 지난해 12월 노동당 국제부장이 된 김현준이나 외무상이 된 리선권을 데뷔시키는 것이 좋았을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담화는 왜 이 문제를 지금 언급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더욱이 김여정은 우리의 언론 보도를 접하고 담화를 발표했다고 했다. 실제로 전단을 확인하고 반발한 것도 아니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일련의 대외 행보가 왠지 오버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유다.


셋째, 김여정의 세 번째 담화 이후 북한의 후속 보도를 보면 특이한 것이 있다. 지난 4일 김여정 담화 다음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이니 ‘심중히 새기고 내용의 자자구구를 뜯어보라’고 충고하며, 그녀가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는 김영철과 김여정이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에서 ‘대적사업’을 심의하고 모든 통신선을 완전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대남사업을 총괄한다던 김여정 이름에 앞서 김영철이 명시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남북협력사업을 ‘대적사업’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또한 김여정에게 익숙한 표현이기보다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에게 익숙한 표현이다. 정찰총국의 한 부서 이름이 대적협상국이다. 김여정과 김영철이 대남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듯 보이는 대목이다 .


이러는 사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휴일임에도 당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했다. 무오류의 최고 존엄은 생색내는 일 만 챙기고 2018년 2월부터 1년여 동안의 남북대화와 미북 정상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뒤처리는 김여정과 김영철에게 떠넘긴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정치, 경제, 외교적 난관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어쩌면 지금 김여정은 꽃길이 아니라, 정치적 위기 속에서 앞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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