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죄' 이후 박정훈 "탄핵 불가" 입장 강조
당내서도 '2심 무죄=이재명 무죄' 인식 우려
탄핵불가론 확산…중도층 이반에도 시선집중
'내각줄탄핵' 野 향한 '여론전 강화' 목소리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 모든 혐의에서 무죄로 비칠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 등극을 막아내기 위해 일단 '탄핵불가론'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민주당이 '내각줄탄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치로 스스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당내에선 '이재명 불가론'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탄핵불가론을 강화하는 대(對)여론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 이후 '윤 대통령 탄핵불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동훈 전 대표와 가깝게 지내면서 탄핵안에 대해 자유 표결 입장이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현 시점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탄핵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애초부터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 대표의 무죄 판결 이후 '탄핵 불가'로 입장을 굳힌 것이다.
탄핵불가론이 탄력을 받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아직 12개 혐의와 8개 사건으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이 국민들에겐 '이재명은 무죄'라는 공식으로 읽힐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의 상황을 가리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때, 여론은 마치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은 것처럼 움직였다"며 "국민들께 이재명이 무죄가 아니란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공세를 강화하면서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여전히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선고를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특히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 왔던 여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기각 가능성이 높다"(26일 권성동 원내대표)고 말하며 기대감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탄핵불가론에 힘을 붙여 여론의 반전을 노려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이 대표의 2심 무죄 판결 이후 여당에게서 돌아선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이 대표의 무도함을 알리는 작전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당론은 탄핵 반대, 기각·각하다. 이미 우리 의원총회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며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무선 100%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관해 물은 결과, 60%가 찬성을, 34%가 반대 의견을 표했다. 특히 자신을 중도라고 말한 응답자 중 70%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반대는 22%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이재명 불가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고리로 내각줄탄핵을 예고하고 나오면서 이 대표를 향한 공세가 더 강화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초선 70명의 내각총탄핵 협박, 이것은 사실상 내란총탄핵 선언"이라며 "그 배후에는 이재명 대표가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초선들의 반헌법적 집단행동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배후의 주범"이라고 적었다.
장동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제 마은혁 임명은 민주당에게 '발작 버튼'이 됐다"며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며 탄핵이 기각·각하될 것이 확실해지자 말 그대로 발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만약 지금 이 분위기로 대선을 치르면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탄핵 찬성 목소리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중도층 중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이재명이 하는 말도 안되는 말이나 행동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