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률 69.6%…삼성 인수 후 70% 아래 ‘처음’
4대 성장사업 포함…위기극복 위해 이 부회장 역할 절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한 하만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전장사업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검찰 조사로 위기극복을 위한 결단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만의 올해 1분기 공장가동률은 69.6%로 전년 동기(82.3%) 대비 12.7%p 하락했다. 하만이 70% 이하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한 것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
하만은 자동차 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디지털 콕핏을 생산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이란 차량 내에 설치된 첨단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멀티디스플레이를 통칭한다. 사실상 자동차를 제어하기 위한 전장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만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과 관련이 깊다. 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공장폐쇄까지 겹치면서 하만과 같은 부품업체들도 생산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유럽 신차등록대수는 305만47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줄었다. 3월 한정으로는 85만3077대를 기록해 51.8% 급감했다. 북미 시장 역시 1분기 신차 판매량이 같은기간 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하만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으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실제 하만의 실적은 2018년 1분기 매출 1조9400억원에서 같은 해 4분기 인수 이후 최고치인 2조55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하만의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만을 포함한 전장사업의 경우 이 부회장이 지목한 4대 성장사업에 포함되는 만큼 그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하만 인수에 앞서 전장사업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즉 이 부회장 구속이 확정될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은 물론 성장세 역시 꺾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하만 인수가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된 직후 이뤄진 대형 M&A인 점을 감안한다면 하만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며 “하만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산업 판도가 바뀌는 상황에선 투자와 구조조정 등 과감한 결단이 큰 기회를 갖게 만든다”며 “포스트코로나 등 시대가 급변하는 와중에 총수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만은 전 세계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24%로 1위, 텔레매틱스(Telematics)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0%로 2위를 각각 기록 중인 전장사업 분야 전문 기업이다.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로는 최대 규모인 약 9조3700억원을 투자한 역대급 빅딜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