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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안전불감증에 ‘화약고’ 된 대산 석유화학단지


입력 2020.03.10 06:00 수정 2020.03.09 19:49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가연성 물질 넘치는 석유화학 공장…안전불감 땐 시한폭탄

롯데케미칼 충남 서산서만 3년간 화학물질 사고 3차례

충남 서산 대산단지 화학물질 주요 사고현황 일지ⓒ데일리안

롯데케미칼 충남 서산 대산공장 폭발 사고를 계기로 국내 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안전 진단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앞다퉈 투자 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재난관리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라 각종 위험 사고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3시께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중상자 2명을 포함해 롯데케미칼과 인근 공장 근로자, 주민 등 약 50여명은 병원을 찾았다.


이번 사고로 대산읍 행정복지센터에는 총 2000여건에 달하는 피해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에서도 전례 없는 대형 사고로 꼽히는 만큼 손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원유를 정유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공정(NCC)에서 최초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에틸렌, 프로필렌 제조를 위한 나프타분해공정 중 압축공정에서 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봤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나 손실 규모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사고 발생 이전 롯데케미칼은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크고 작은 유해물질 배출사고를 일으킨 바 있어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정유화학업체들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9년 말까지 충남 서산에서 일으킨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7건에 달한다. 이 중 3건이 롯데케미칼에서 일어났다.


지난 2014년 7월에는 LG화학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자연 발화가 일어났고, 2015년 3월 롯데케미칼에서 안전밸브가 작동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2018년 1월에는 발암성 물질인 벤젠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4월에는 수소이온 배관시설서 화재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뒤에도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2019년 4월 현대오일뱅크에서는 협력업체 직원 중 1명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사망하는 대형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이어 그해 5월 한화토탈에서는 유증기가 유출돼 262명이 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업체는 사고 대책 때마다 안전관리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보상 및 환경 개선 투자를 발표했지만 거듭되는 폭발과 누수는 지속돼 왔던 상황이다.


대산 석유화학단지는 여수, 울산과 함께 제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힌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KCC 등 대기업 5개사를 비롯해 협력 제조업체들이 산재해 있다.


이 단지는 개별 기업이 조성한 민간 산업단지다. 공장과 민간 시설 간 거리가 가까워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인명 피해 위험이 높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국가 소유의 산업단지로 지정돼 관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실화되기 어려워 사고가 일어나면 지역사회는 업체들의 뒷수습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대산 석유화학단지는 도로나 녹지 등에서 사회간적자본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자체의 세금만으로 복구 비용을 충당하다보니 사고가 날 때마다 석유화학 업체와 주민들 간 갈등만 높아지고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1년에도 2~3번씩 유독물 누출 사고가 많이 일어났지만 이번 (롯데케미칼) 건처럼 대형 폭발이 일어나 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공단 규모와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큰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천만 중 다행으로, 기업이 직접 관리하다 보니 다른 국가 산업단지에 비해 안전 관리 체계가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제 발생 시 피해를 입는 것은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발생한 한화토탈 유증기 사고로 인해 당시 대산공단에 입주한 석화업체들은 오는 2023년까지 안전, 환경 분야에 807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 계획안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중대사고가 발생하면서 피해 수습에 투자금을 쏟아 붓게 생겼다.


석화업계는 오는 2023년까지 14조5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라 재난관리 체계 구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LG화학, 현대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토탈, 한화케미칼, GS칼텍스,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은 오는 2023년까지 울산과 여수, 대산산단에 14조5000억원 규모로 시설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대산·울산·여수 등 3대 석유화학단지 르네상스를 추진키로 하면서 맞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국내에 화학물질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법적인 제도 정비와 안전재난 시스템 설립 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석화업체들의 안전 인식은 미약한 수준"이라며 "듀폰과 같은 세게적인 화학업체들은 안전을 최우선 경영으로 내세운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익에만 신경쓰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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