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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돈줄 찾는 은행들…불어난 비용 '양날의 검'


입력 2019.12.17 06:00 수정 2019.12.16 18:01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외화 자금 조달 123.2조…1년 새 13.8조 늘어

新 자본 규제 대응 카드…무거워진 금리 부담은 '숙제'

4대 은행 외화 자금 조달 123.2조…1년 새 13.8조 늘어
新 자본 규제 대응 카드…무거워진 금리 부담은 '숙제'


국내 4대 은행 외화 자금 조달 평균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끌어 모은 외화 자금이 1년 새 1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국제적 잣대가 높아지자 이에 대비해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자본 수혈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지불해야 하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가운데 이렇게 불어난 자금 조달 비용이 잠재적으로 대출 이자를 떠받들며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현재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들이 예금과 차입금, 콜머니,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한 외화 자금 평균 잔액은 123조2156억원으로 1년 전(109조4561억원)보다 12.6%(13조759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외화 공급이 일제히 확대된 모습이었다. 하나은행이 조달한 외화가 같은 기간 38조4987억원에서 41조688억원으로 6.7%(2조5701억원) 늘며 최대였다. 우리은행 역시 26조5953억원에서 29조8620억원으로, 신한은행도 22조7045억원에서 26조9568억원으로 각각 12.3%(3조2667억원)와 18.7%(4조2523억원)씩 외화 조달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조달 외화는 21조6576억원에서 16.9%(3조6704억원) 늘어난 25조328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돈주머니에서 외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일제히 커졌다. 국민은행의 전체 조달 자금에서 외화의 비중은 6.6%에서 7.2%로 0.6%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도 7.6%에서 8.2%로, 우리은행도 9.1%에서 9.4%로 각각 0.6%포인트와 0.3%포인트씩 외화 조달 비율이 상승했다. 하나은행 자금 중 외화의 비율은 12.3%로 비슷한 수준을 지속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외화를 모으는 배경에는 한층 높은 경영 건전성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보다 많은 자본력을 갖추도록 강제하는 새로운 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조금이라도 더 자금을 확보하려는 은행들이 해외로도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바젤Ⅲ로 불리는 은행 대상 신규 건전성 규제 방안 시행이 예고된 상태다. 바젤Ⅲ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은행 감독 당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마련하기 시작한 대응책으로, 은행들이 지켜야 할 자본 여력 지표를 지금보다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 은행들뿐 아니라 각국 금융사들의 자본 확충 수요가 글로벌 시장에 쏠리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3분기에 조달한 외화 자금에 대해 내준 이자율은 평균 1.90%로 전년 동기(1.52%) 대비 0.38%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의 외화 조달 금리는 같은 기간 1.75%에서 2.13%로 0.38%포인트 상승하며 2%를 넘겼다. 우리은행 역시 1.54%에서 1.96%로, 국민은행도 1.53%에서 1.95%로 각각 0.42%포인트씩 외화 조달 이자율이 높아졌다. 하나은행의 외화 조달 금리는 1.26%에서 0.29%포인트 오른 1.55%를 나타냈다.

이런 와중 도리어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는 은행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금리는 낮아지는데 지급해야 할 이자율이 높아지면 중간에 낀 은행들의 비용은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 하락하며 1.50~1.75%까지 내려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올해 0.25%포인트씩 두 번 인하되면서 역대 최저인 1.25%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은행들이 돈을 끌어 모으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보다 늘어나게 되면, 구조적으로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원가가 비싸지면 아무래도 파는 물건 값은 내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는 일반 고객들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규제 강화 흐름으로 인해 자본 확충 수요가 쏠리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금리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추세"라며 "은행들의 자금에서 외화 비중이 아직 크지는 않아 영향이 제한되는 측면은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조달 금리 오름세는 대출 이자율을 지지하는 요인인 만큼 소비자 관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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