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바이오 상장사 CB 발행 규모 3000억 상회⋯조기상환 리스크 부각 중
최악의 경우 원금회수 불가⋯"아직 대규모 회수 움직임 발생 가능성은 희박"
주요 바이오 상장사 CB 발행 규모 3000억 상회⋯조기상환 리스크 부각 중
최악의 경우 원금회수 불가⋯"아직 대규모 회수 움직임 발생 가능성은 희박"
최근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기 발행된 1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한다고 밝히면서 조기상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수익은 차치하더라도 원금보장 받기도 힘든 바이오 투자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해당 여파가 바이오업계를 넘어 코스닥시장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에 상장된 주요 바이오 상장사들의 CB 발행 규모는 연초 이후 지난 달 말까지 약 3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라젠이 11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발행량을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600억원 가량의 CB를 발행했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 상장사 중 특정 업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이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조기상환 리스크가 상당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지난 달 31일 공시를 통해 기 발행된 전환사채를 만기 전에 취득한다고 결정한 신라젠의 경우 전반적으로 부진한 바이오주 주가에 임상 3상 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1100억원 규모의 CB 조기상환 요청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 전환가액을 최저 조정한도인 4만9078원까지 떨어뜨렸지만 이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마저도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환사채 만기 전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환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성과 없이 주가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B와 같은 메자닌 채권의 경우 원금 풋옵션 요청이 발생하거나 만기가 가까웠을 경우 다른 투자자들을 물색해 차환 발행해오는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의 바이오주 주가 하락세를 감안했을 때 조기상환 요청이 갑작스레 발생할 경우 다른 투자자들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경우 재무 상태가 영세한 바이오 기업들의 특성 상 회사의 존속 자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주가 반등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경우 조기상환 요청이 연쇄적으로 발생, 최악의 경우 코스닥시장의 침체를 야기하는 바이오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석인 전망도 관찰된다.
현재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를 포함해 진단시약류 제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수젠텍의 경우 현재 주가가 52주최고가 대비 약 80% 가량 떨어졌다. 바이오신약 및 소재 개발 기업 바이오리더스도 한 때 1만7000원을 상회하던 주가가 현재 7000원 후반 선까지 하락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이에 지난 9월 말에는 3회차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1만772원에서 8652원으로 대폭 하향했지만 부진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번에 결정된 원금 회수는 국내 바이오주 투자에 대한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물론, 이번 조기상환의 경우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상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신라젠 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경우 이 같은 투자자들의 요청을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투자 수익은 고사하고 자칫 원금회수 자체가 안 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게 최근의 현실"이라며 "다만, 신라젠 조기상환 건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펀드런과 같이 대규모 회수 움직임이 발생할만한 상환은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