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달러 예금, 두 달도 안 돼 5억달러 급증
强 달러에 추가 수요 여전…"단기 급등 위험성 커"
5대 은행 달러 예금, 두 달도 안 돼 5억달러 급증
强 달러에 추가 수요 여전…"단기 급등 위험성 커"
국내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규모가 최근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5억달러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 가치가 높아지자 이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强) 달러 기조가 계속되면서 추가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맹목적인 추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으로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보유한 달러 정기예금 규모는 131억5664만달러로 한 달 전(129억5275만달러)보다 1.6%(2억389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달 들어서도 해당 은행들의 달러 예금은 3억달러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추가 상승에 베팅한 이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는 한국은행의 발표 이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월 중순부터 상승폭이 커졌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환율을 요동치게 한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이 같은 불확실성이 기대와 달리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불안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맞불을 놨다.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함께 위안화 약세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이런 강대 강 대결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단은 1210원 부근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이 당장은 상호 보복 조치를 높여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달러화 레벨이 받쳐주지 않는 속등 이면에는 속락이 자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여건 상 은행 달러 예금으로의 투자 심리도 계속 꿈틀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예금은 통상적으로 1년 만기 기준 2%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자가 붙으면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환율이 오를 때 달러를 팔면 발생하는 환차익에 대해서 비과세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올해 2분기가 원·달러 환율의 연중 고점일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 아직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KB증권은 최근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그 향방에 대한 두번째 고찰' 보고서를 통해 "국내 8개 증권사의 환율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기관이 2분기 이후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만간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은이 공개할 올해 4월 경상수지에서 적자가 현실화 할 경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상수지는 투자·소비·고용 등 모든 경제지표가 고꾸라질 때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지켜 낸 거시 지표여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단기 급등하며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달러화 상품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인 환율의 움직임에 쫓기듯이 사고팔다 보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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