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아세틸엘카르니틴·도네페질 적응증 삭제
7월부터 동아ST '동아니세틸' 한미 '카니틸' 처방 중단
식약처, 아세틸엘카르니틴·도네페질 적응증 삭제
7월부터 동아ST '동아니세틸' 한미 '카니틸' 처방 중단
바이오젠의 치매약 ‘아두카누맙’ 개발 중단에 이어 치매 치료제 성분인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환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줄줄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면서 치매 정복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4일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2015년 3조5000억원 수준이던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4배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치매 정복의 핵심 열쇠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다. 아두카누맙은 초기 임상시험에서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뇌 신경세포 표면의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고,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MSD,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존슨 앤드 존슨과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들 모두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 시험에서 모두 실패했다.
지난 1월 스위스의 제약 회사 로슈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크레네주맙’이 임상 3상 단계에서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치매환자에게 사용되던 아세틸엘카르니틴과 도네페질이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오는 7월부터 처방이 중단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주적응증인 '일차적 퇴행성 질환'을 오는 7월 삭제할 예정이라며 처방과 조제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성분의 오리지널의약품은 동아에스티의 '동아니세틸'이다. 식약처는 해당 적응증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하자 업체로 하여금 임상시험을 거쳐 재평가에 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해당 제제를 보유한 35개 업체가 2015년부터 임상을 진행해 올 초 결과보고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이때쯤 업계에서는 이미 임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진행해 적응증 삭제 여부를 최종 판단했다. 이 위원회도 적응증을 삭제하자는 의견을 모아 식약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9일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주적응증인 '일차적 퇴행성 질환'을 오는 7월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차적 퇴행성 질환의 치료범위는 노화 등으로 인한 치매 예방이다. 해당 적응증은 아세틸엘카르티닌 제제 전체 처방의 약 60%에 달한다.
한미약품 '카니틸'과 동아에스티의 '동아니세틸'이 주적응증 삭제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약물은 동일성분 제제 시장에서 점유율 43%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경동제약의 '뉴로세틸'과 일동제약 '뉴로칸' 등 35개사 40여개 제품이 치매 치료에 사용되고 있었지만 7월부터는 중단된다.
업계에서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주적증응 삭제로 뇌기능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로 처방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콜린알포세레이트 모두 치매 예방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데다 해당 시장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은 연간 3000억원 규모로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이 각각 처방액 767억원과 629억원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의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적응증 삭제로 인해 대웅바이오나 종근당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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