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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 뺀 신동빈, 글로벌 신시장 개척으로 승부수


입력 2019.05.14 06:00 수정 2019.05.14 07:37        최승근 기자

사드 여파로 중국 사업 축소…롯데마트 철수 이어 음료‧제과 공장도 매각 중

신시장과 동남아 지역서 활로 모색…신세계‧CJ 등 유통업계 미국 진출 잇따라

사드 여파로 중국 사업 축소…롯데마트 철수 이어 음료‧제과 공장도 매각 중
신시장과 동남아 지역서 활로 모색…신세계‧CJ 등 유통업계 미국 진출 잇따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진행된 롯데케미칼 미국 에틸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 이낙연 국무총리,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 실비아메이데이비스 백악관 정책 조정관 부차관보, Westlake사 알버트 차오 사장.ⓒ롯데지주

롯데가 미국 등 글로벌 신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남방 정책을 통해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냈던 롯데는 이제 글로벌 주류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진출로 영역을 확대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사드 사태 여파로 사업을 축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을 대신해 그룹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화학과 유통 두 축으로 사업을 재편한 롯데는 글로벌 신시장 개척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진행된 롯데케미칼 미국 에틸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향후 그룹 투자계획 등에 대해 면담했다.

연간 에틸렌 1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에는 3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국내 화학 기업 중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춘 것도 롯데가 처음이다.

준공식 축전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31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 중 하나"라며 "루이지애나 남서부 지역과 인근 지역에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은 파키스탄 현지의 식품, 음료, 화학 사업장을 방문했다. 롯데는 지난해 말 기준 파키스탄 9개 사업장에서 7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지주 황각규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에 지난해 새로 지은 롯데 콜손 초코파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롯데지주

대기업 그룹 총수와 2인자가 동시에 해외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이례적이다. 새롭게 그룹의 신시장으로 떠오른 미국과 신남방 정책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는 파키스탄 방문으로 재계에서는 롯데의 해외사업 밑그림이 어느 정도 공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존 이머징 마켓에서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때 롯데는 중국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톈진 동마로점에 이어 올 3월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제과‧음료 계열사는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중국 정부의 제재 해제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롯데 금지 정책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 관광객의 호텔, 면세점, 쇼핑에서도 롯데는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

여기에 내수 시장에서도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유통사업이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로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 화학공장 준공을 계기로 미국과 동남아 시장 투자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사업 철수와 최근 금융 계열사 매각 그리고 롯데백화점 등을 담보로 한 리츠 등을 통해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해외 M&A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번에 진출한 화학 외에도 면세점, 호텔, 상사, 물류 등 사업군이 미국에 진출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시장 진출로 길이 열린 만큼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유통 분야의 미국 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통업계에서도 미국 시장은 글로벌 주류 시장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류 열풍을 타고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세계, CJ 등 유통 대기업의 미국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앞세워 지난해 12월 미국 프리미엄 식품업체인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했다. 굿푸드 홀딩스는 LA·샌디에고·시애틀 등에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LA 다운타운에 PK 마켓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CJ는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인수에 이어 그룹 M&A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냉동식품회사 슈완스를 인수하는 등 미주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앞세워 미국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LA와 뉴저지 등에 총 5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비비고 만두에 이어 가정간편식(HMR)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않고 생산, 물류 등 협력사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워 대규모 유통업 진출이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미국 유통업 진출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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