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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블랙리스트 처벌, 제대로 이뤄졌나


입력 2019.05.01 06:00 수정 2019.05.02 01:06        부수정 기자

해결 과정 매끄럽지 않아

관련자 징계 미비하다는 비판

해결 과정 매끄럽지 않아
관련자 징계 미비하다는 비판


2018년 4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원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년 넘게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말, 블랙리스트는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올랐고 지난 정부 실세들이 이와 관련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에 나서며 '적폐 청산'을 외쳤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2017년 7월 민관합동으로 꾸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11개월 동안 국가적 범죄의 뿌리를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로 소급하며 진상을 파헤쳤다.

이를 통해 9000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과 340여개 단체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예술정책의 새로운 청사진이 될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책임규명을 정부에 권고했다.

2018년 9월 문체부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관련자는 7명에 그쳤다. 앞서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는 총 2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라고 권고했지만 최종적으로 이중 7명만 수사의뢰가 된 셈이다.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진상조사위는 윗선의 지시 또는 자발적 판단으로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과 직원들 105명에 대해 징계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징계 권고를 받은 문체부 공무원 44명 중 과장급 이상 10명에 대해서만 감사 처분인 '주의 조치를 내렸다. 과장급 이상 22명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로 이미 처분을 받았거나 퇴직, 징계시효 경과 등의 사유로 징계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문화예술계는 즉각 반발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재생산하려는 것이라면 더이상 적폐 청산 팔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문화예술기관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무용계를 대표해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한 김윤규 안무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관련 적폐 청산과 개혁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진통 끝에 같은 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관련 종합보고회'를 개최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블랙리스트 관여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10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68명을 징계 또는 주의 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책임규명 최종 이행계획을 내놨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이 미흡하다는 예술계 의견을 수용한 데다, 검토 중이던 공공기관의 징계 처분이 확정됨에 따라 처분 대상자가 늘어났다.

문체부가 9월 발표했던 이행계획(수사의뢰 7명·주의 12명)에서 수사의뢰 3명, 징계 1명, 주의 17명(사무관급 이상)이 추가됐다. 문체부의 당초 이행계획이 '징계 0명'이라는 예술계의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추가 수사 의뢰자 3명은 검찰에서 불기소할 경우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당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직접 설명하면서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문체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던 문화예술기관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에도 반응은 싸늘했다. 한 문화예술인은 "이 행사가 새 정부 들어 새 문체부 장관이 취임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예술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 분노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항의했다.

또다른 문화예술인은 "문재인 정권은 이런 일(블랙리스트 사태)이 발생했을 때 잘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뒷수습 과정에서 전혀 반대의 상황을 맛보게 됐다"며 "예술가, 시민들이 받은 충격에 비하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기꺼이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2년간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해결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 문화 현장에서 집권 2년이 다 돼가도록 현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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