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거세지자 '경제 활력 제고' 정책 전면에 내세워
'경제·사회 포용성 강화'로 이름만 바꾼 채 강행 의지 여전
비판 여론 거세지자 '경제 활력 제고' 정책 전면에 내세워
'경제·사회 포용성 강화'로 이름만 바꾼 채 강행 의지 여전
문재인 정부가 경제 청사진의 패러다임으로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을 뒤로 미루고 경제 활력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저임금 인상 등 관련 정책의 핵심 사안들을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하다 발생한 부작용에 반발이 커지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간판만 바꿔 단 채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정부의 모습에 비판 목소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관련 정책의 핵심 화두는 경제 활력 제고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재정과 금융 제도 개선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용·분배 등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투자부진으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와 산업구조개혁 지연, 일부 정책의 시장 예상보다 빠른 추진, 고령화 진전 등을 그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전까지 문 정부의 경제 정책 방점은 소득주도성장에 맞춰져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면 투자가 늘면서 성장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핵심 수단은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다. 그런데 당초 목적과 달리 해당 정책이 소득 양극화를 도리어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지난 달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지금 성공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선을 긋듯 말을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소득을 높이고, 통신비나 교통비·주거비 등 생계비를 낮추는 것도 다 포용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면서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상당히 둔화된 것이 사실이고, 고용 밖에 있는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낮아져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주는 것과 함께 노동에서 밀려나는 분들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된 정책일 수 있다는 비판은 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리고 올해 초 국내 경제학자들이 1년에 한 번 총출동하는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총체적 실패라는 쓴 소리가 나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인·이윤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월 개최된 2019년 경제학대회에서 문 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투자·고용 성장률이 각각 0.13%포인트, 5.14%포인트, 2.07%포인트씩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정치인들에겐 달콤한 사탕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간판을 완전히 내린 것은 아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로 이름을 바꾸고, 이를 경제 활력 제고와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에 이어 올해 경제정책의 세 번째 순위로 제시했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되던 일부 정책은 보완하겠다고 밝혀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 역시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혁파와 구조개혁에 방점을 둔 점이 1기 경제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논쟁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시장과 민간의 우려를 감안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이 반발에 직면하자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 현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경제 정책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이를 내려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잠재적 혼란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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