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가 원한 3년·5000억...문제 해결? 시간 벌기?
금호 자구안 바라보는 재계의 복잡한 시선
"그룹 살리려는 노력 안타깝지만 현실적 어려움 커"
금호 자구안 바라보는 재계의 복잡한 시선
"그룹 살리려는 노력 안타깝지만 현실적 어려움 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시한 자구안이 유동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면서 시간 벌기용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추가 담보가 매우 적은 점은 차치하고라도 추가 지원 자금으로 요청한 5000억원이 유동성에 어느정도 기여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3년의 시간을 요구한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자구안으로 금호고속에 대한 오너 일가 주식을 담보로 5000억원의 추가 유동성 공급과 3년간의 시간을 채권단에 요구한 상태다.
산은 등 채권단에 5000억원을 지원해주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3년간의 새로운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 체결을 요청했다. 이 기간 동안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3년 후 이행 여부를 평가받아 목표 기준에 미달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채권단의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반대급부로 내세운 담보가 미흡해 당장 정부와 채권단의 기류는 좋지 않다.
금호그룹이 오너가의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금호속 지분은 총 47.5%이지만 이미 다른 채무의 담보로 잡혀 있는 박삼구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지분 42.7%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추가 담보는 부인과 딸의 지분 4.8%뿐으로 시장에서는 가치가 2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그룹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금호의 노력에 대해서는 측은하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로 오너가 금호고속 지분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지배력 하락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얼마나 마음이 급하면 담보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올줄 알면서도 그랬겠느냐”며 “그룹이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다 내려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요청이 수용된다고 해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인지 여부에는 의문부호를 많이 달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인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항공업계가 저비용항공사(LCC) 증가 등으로 인한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고 지속 성장해 온 항공여객 증가율도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로 매각시 그룹이 해체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 금호로서는 무조건 사수해야 하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회사가 연내 해결해야 하는 부채만 1조1860억원으로 총 부채 규모도 6조원이 넘는다.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져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없이 현재 위기를 단기간에 타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벌어야 상황”이라며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시간을 3년으로 잡은 것도 이러한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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