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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청문회 저격수' 박영선,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입력 2019.03.28 01:00 수정 2019.03.28 06:13        고수정 기자

野, 朴 청문위원-후보자 때의 '이중적 태도' 비판

朴 반박에 여야 공방 거세져…한국당 결국 보이콧

野, 朴 청문위원-후보자 때의 '이중적 태도' 비판
朴 반박에 여야 공방 거세져…한국당 결국 보이콧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자료제출 문제로 공방을 벌이자 두 눈을 감은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문위원일 때와 후보자일 때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느냐.”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가 후보자에게 청문회를 당하는 것이냐. 태도가 잘못됐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27일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박영선 때리기 청문회’였다. 박 후보자는 4선 의원으로서 지난 15년간 여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해온 ‘원조 인사청문회 저격수’다. 하지만 이번엔 공수가 뒤바뀌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와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도 주눅 들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하자, 야당 의원들의 언성은 더욱 높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 △아들 이중국적 문제 △세금 지각 납부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야당 의원 시절 청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동영상을 상영하며,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부실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인사청문회가 하루짜리 푸닥거리냐” 라는 등의 발언으로 장관 후보자들을 압박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박 의원의 과거 청문위원 시절과 현 후보자 때의 태도를 비교하며, 박 후보자의 ‘이중성’을 문제 삼았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는 청문위원 시절 ‘낙마왕’ ‘저승사자’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후보자와 그의 배우자, 자녀들의 신상을 아주 탈탈 털었지 않느냐”며 “이제 그 입장이 바뀌었는데 후보자도 동일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태도를 보면 ‘배째라 식’이다. 이러다 ‘배째라 장관’이 될까 걱정”이라며 “후보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석이다. 과거 발언이나 행태를 보면 이중성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또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를 향해 “4선 의원인데 이러면 되느냐” “무시하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가 세금 지각 납부, 장남의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 재산 축소신고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원석 모니터 앞에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가운데 여야가 자료제출 문제로 의사진행발언을 하며 공방을 벌였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지적했다가, 홍일표 산업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듣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쓰지 않았다’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남편이 신용카드로 1181만원을 썼다는 자료를 제출했는데, 윤 의원이 일부러 뺐는지 자료에서 빠졌다”고 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후보자가 청문위원의 질의를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여야 의원들의 다툼도 예외 없이 벌어졌다. 자료 제출 문제로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여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 후보자의) 신상을 털겠다는 의도”라며 “이렇게 무식하게 (청문회) 한 적 없다. 특정 사안을 밝히고 싶으면 그게 왜 문제인지 밝히고 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박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 검증보다 여야 간 정치적 대립으로 흘렀다. 박 후보자 역시 야당 측의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립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야 의원들이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면서 인사청문회는 개회된 지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의사진행 발언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방에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700만 소상공인과 58만 중소벤처기업인을 책임져야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라며 "박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필수이며, 검증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고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태도, 뻔한 증거에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 중기부 직원들에게 책임전가하는 모습까지 참으로 장관후보자 답지 못한 수준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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